영국 BBC 회장 사임압박 확대…존슨 전 총리 96만 달러 대출도움 논란

하원 문화위원회 보고서, 강한 어조로 비판…우회적 사임 권고

리처드 샤프 BBC 회장. BBC 웹사이트 캡처.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이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대출을 도와주고 자리를 얻었다는 의혹으로 위기에 몰렸다. 영국 하원 문화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샤프 회장이 중대한 판단 잘못을 했다”고 지적했다고 BBC와 더 타임스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 보고서에서 샤프 회장에게 “존슨 전 총리 대출과 관련한 역할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BBC와 공직 임명 절차 신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라”며 매우 강한 어조로 권고했다. BBC는 보고서에 직설적으로 사임하라는 문구는 없지만 외교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샤프 회장이 80만파운드(약 96만5천 달러) 규모의 존슨 당시 총리 대출 보증을 도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샤프 회장은 2020년 12월 캐나다의 백만장자 사업가 샘 블라이드를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에게 소개했다.

블라이드는 샤프 회장의 친구이자 존슨 전 총리의 먼 친척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존슨 전 총리의 신용보증인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샤프 회장은 2021년 1월 BBC 회장 우선 후보로 지명됐고 영국 문화부는 그의 임명을 지지했다.

이에 관해 샤프 회장은 친구를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에게 소개했지만, 존슨 전 총리 대출 관련 보증을 돕거나 재정적 조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케이스 장관에게 BBC 회장직에 지원한다고 말했고, 그 때문에 블라이드와 관련해 더 관여하지 않기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정식 지원 과정에서는 이에 관해 밝히지 않았다.

샤프 회장은 20년 넘게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했으며 같은 회사 출신인 리시 수낵 현 총리의 상사를 지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샤프 회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존 니컬슨 의원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규정을 어긴 뒤에 샤프 회장의 처지가 극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BBC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리사 낸디 의원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샤프 회장이 자리를 지켜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BBC 내부 조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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