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부’ 리디아 고, BMW 챔피언십 우승…LPGA 통산 18승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과 결혼 앞둬…한국 땅에선 '첫 우승'
최혜진·김효주 공동 3위…한국 선수 13개 대회 연속 '무승' 이어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3일(한국시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BMW 코리아 제공.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가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23일(한국시간)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천64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2위 앤드리아 리(미국·17언더파 271타)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리디아 고의 LPGA 투어 통산 18번째 우승이다. 그는 올해 1월 게인브리지 LPGA 이후 9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한 타 뒤진 2위였던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 8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하나로 막아 7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다.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뉴질랜드로 이주한 리디아 고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으나 그가 우승했던 2013년 12월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는 대만에서 열린 바 있다.

리디아 고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27) 씨와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우승은 그에게 뜻깊은 결혼 선물도 됐다.

이번 대회 결과를 포함해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150점)와 평균 타수(69.05타), 시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모두 1위에 올랐다. 상금은 이민지(374만9천 달러), 전인지(260만3천 달러)에 이어 3위(234만7천 달러)에 자리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3일(한국시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우승한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BMW 코리아 제공.
선두로 시작한 티띠꾼이 전반 타수를 잃고 주춤하면서 이날 중반까지 리더보드 상단엔 혼전이 이어졌다. 리디아 고, 앤드리아 리, 김효주(27), 최혜진(23) 등이 각축전을 벌였다. 김효주가 8∼9번 홀 연속 버디로 리디아 고, 앤드리아 리와 공동 선두를 이루기도 했으나 리디아 고는 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바짝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최혜진이 10번 홀(파4) 버디로 공동 2위에 합류한 뒤 리디아 고가 이 홀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공이 홀로 빨려 들어가며 두 타 차로 달아났고, 다음 홀(파4)에서도 한 타 더 줄여 도망갔다.

리디아 고의 리드가 이어진 가운데 최혜진이 14번 홀(파4) 버디로 두 타 차로 좁히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지만, 리디아 고는 16번 홀(파4) 오르막 중거리 퍼트를 넣으며 다시 3타 차를 만들고 쐐기를 박았다. 최혜진이 17번 홀(파3) 보기를 적어내며 승기를 완전히 굳힌 리디아 고는 이어 치른 17번 홀에서 자축 버디까지 뽑아냈다.

리디아 고는 “국적은 뉴질랜드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며 “한국에서 경기할 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는데, 그분들을 위해서도 우승을 원했기에 큰 의미가 있다. 가족 앞에서 우승해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 선수가 3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BMW 코리아 제공.
앤드리아 리는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에 힘입어 단독 2위로 올라섰고, 최혜진과 김효주는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3위(16언더파 272타)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최혜진은 첫 승을 다시 미뤘고, 고향 원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노린 김효주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릴리아 부(미국)가 이들과 함께 3위 그룹을 이뤘다.

선두로 출발했던 티띠꾼은 두 타를 잃어 6위(13언더파 275타)에 그쳤다.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7)이 부상 여파로 2라운드 뒤 기권하면서 현재 2위인 티띠꾼의 1위 도약 가능성도 있었으나 불발됐다. 그는 신인상 레이스에선 1위를 지켰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7위(12언더파 276타), 사소 유카(일본)와 린 그란트(스웨덴)는 공동 8위(11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아마추어 추천 선수로 출전해 1∼2라운드 2위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던 고교 1학년 김민솔(16·수성방통고)은 홍예은(20), 대니엘 강, 앨리슨 리(이상 미국) 등과 공동 10위(10언더파 278타)로 마쳤다. 김세영(29)은 공동 17위(8언더파 280타), 지은희(36)와 김아림(27)은 공동 19위(7언더파 281타)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LPGA 투어 고별전을 치른 최나연(35)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공동 47위(2언더파 286타)로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대회까지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13개 대회 연속 ‘무승’에 그쳤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4승을 합작했으나 6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전인지(28) 이후 4개월째 우승 소식이 끊겼다.

LPGA 투어는 다음 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토토 저팬 클래식과 미국에서 이어지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등 3개 대회를 남기고 있다. 3년 만에 관중 입장이 재개된 이번 대회엔 나흘간 주최 측 추산 8만여명의 갤러리가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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