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위암 많은 한국인…대사증후군이 발병 위험 26% 높인다”

서울대 의대 연구팀, 10만8천명 9년 추적관찰…"방치 말고 치료 노력해야"

대사증후군. 자료사진.
국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대사증후군이 단순한 성인병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위암 발병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팀(강대희 교수, 황 단 박사과정)은 2004~2013년 도시 기반 역학연구에 참여한 40~69세 10만8천397명을 평균 9.1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대사증후군과 위암 발병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8일(한국시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 최신호에 발표됐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5㎝ 이상), 공복혈당(100㎎/dL 이상), 혈압(수축기 130/이완기 85㎜Hg 이상), 중성지방(150㎎/dL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남자 40㎎/dL, 여자 50㎎/dL 미만) 중 정상 범위를 벗어난 항목이 3개 이상일 때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 진입과 더불어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운동 부족,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등이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만 보면 2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에 속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9.1년의 추적 기간에 759명(0.7%)에서 위암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위암이 발병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이 각 그룹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대사증후군 구성 요소 수가 많을수록 위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도 흡연과 비만의 복합적인 작용이 동반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여러 대사질환의 집합체인 대사증후군이 인슐린 및 지방 분비 호르몬 등을 증가시켜 에너지가 과다한 환경을 만들고, 체내 유전자(DNA) 손상과 종양 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 변화, 염증 등을 유발함으로써 위암을 포함한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강대희 교수는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전 세계에서 일본, 몽골 다음으로 높아 고위험군을 미리 식별하거나 조기 관리가 필요한 질병 및 상태에 대한 중재가 필요하지만, 아직 그 근거가 불충분한 실정”이라며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대사증후군과 위암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를 찾은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만약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됐다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빨리 식생활 습관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대사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거의 동일하게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면서 “대사증후군을 방치하면 복합적인 요인으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의료진과의 상담 및 치료, 주기적인 신체활동, 식습관 변화 등으로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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