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표현·유엔 제재 가능성 언급 빠져…중·러 등이 초안 문제삼아
미국 군최고사령관 가족 제재…경제의존도 낮아 실효성 의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0일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의 우방인 중국을 포함해 15개 이사국이 전원 찬성한 이 성명은 이날 오후 의장성명으로 공식 채택된다. 의장성명은 결의안 바로 아래 단계의 조치로 안보리 공식 기록에 남는다.
보도에 따르면 안보리는 성명에서 “여성, 청년, 아이들을 포함한 평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유지하고, 폭력을 자제하며, 인권과 기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것은 물론 법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진, 시민사회, 노조 조합원들, 언론인에 대한 제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쿠데타가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로힝야 탄압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안보리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지난달 4일 “깊은 우려“를 표명한 이후 두 번째로 의장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성명 내용은 영국 주도로 작성한 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후퇴했다고 AP가 전했다.
영국이 회람한 초안에는 ‘쿠데타‘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를 규탄하고, 유엔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수정된 성명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이런 내용에 반대했다고 AP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안보리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정부 요인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직접 규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안보리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긴장 완화와 외교,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쿠데타로 인해 실각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이 선임한 유엔 특사인 사사는 유엔에 더 강한 조치를 요구했었다. 사사는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안보리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사사는 안보리가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각국이 이를 명백히 방기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독자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직후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의 인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미얀마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국가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 의존도가 낮아 독자적인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