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오스카 후보, 꿈에도 생각 못 해” 혼술 자축

“후보 지명에 이미 승자 된 기분, 이 정도로 충분”


“’메릴 스트리프’ 찬사는 스트레스, 저는 한국의 윤여정”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 연합뉴스]

영화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후보 지명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은나에게 단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16일 전했다. 그는 화려한 할리우드의 시상식은전혀 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스카 후보 지명은) 저에게는 매우 낯설다이 정도면 충분하고, 나는 이미 승자가 된 기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과거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어떤 배우가 상을 받을지 예측하는점쟁이역할을 하곤 했다면서 오스카 무대 위에 오르는 자신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시상식을 시청하는 관객으로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캐나다 밴쿠버 촬영 일정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해 매니저로부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그는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파친코촬영차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뒤 15일 귀국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공항에 내리고 한 시간 뒤에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을 알게 됐다면서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가 갑자기, 후보에 지명됐다라고 알려줬다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어리둥절해서) 울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어매니저는 (오스카 후보 지명에) 저보다 더 감정적으로 됐고, 나도 멍해지는 느낌이었다그래서 그냥 매니저를 껴안고 거실에 있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에서 막 귀국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2주 격리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모든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겠지만, 여기에 올 방법은 없다윤여정 표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매니저는 술을 전혀 마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저는 일흔 살이 넘었기 때문에 집에서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샴페인 한잔으로 혼자 축하주를 마셨다는 소식을 팬들에게 전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미국 평단이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며 쏟아낸 찬사에 대해선일종의 스트레스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불리는 것이 칭찬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런 일(오스카 후보 지명)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제가 그녀와 비교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힘과 에너지가 있다면 일생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LA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 감독과 출연 배우. [사진 A24 트위터 캡처]

한편,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한국계 스티븐 연은 LAT정말 멋진 일이고 흥분된다며 오스카 후보 지명이라는축복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그는제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라며미나리를 통해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넓고 깊은 이해를 하는데 기여한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계에 대한 할리우드의 인식이 바뀐 것으로 보느냐는 뉴욕타임스(NYT)의 질문에는나의 문화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고, 그것으로 돌파구를 만든다면 멋진 일이라며가능한 한 정직하게 내 입장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카데미가 남우주연상 후보 명단을 발표했을 때 새벽잠을 자던 중이었고, 축하 인사를 전하는 핸드폰이 쉴새 없이 울리는 통에 눈을 떠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애썼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그는아직도 피곤하다.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오스카 후보 지명은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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