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잇단 만류에도 단식 지속 의지…“용산 전체주의 막아야”

단식 12일째, 최고위 불참…체력 한계에 중진 의원 등 만류
권양숙 여사와 통화…출구 전략 부재 속 일각 문 역할론도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한국시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 앉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농성 12일째에 접어들며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자 당내에서 만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는 불참했다. 이 대표는 단식이 열흘째를 넘어가며 기력이 쇠한 듯 일정을 소화하거나 방문한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아니면 누워있는 경우가 잦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 단식을 그만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라며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대표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이 대표를 찾아와 단식 중단을 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후 4선 중진 의원들의 방문을 앞두고 다시 단식투쟁 천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 부의장, 설훈·안민석·김상희·김태년·노웅래·안규백·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등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박 전 의장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중진들이 강하게 권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 있는 거 같고 권력이 추구해야 할 제일 핵심적인 과제, 민생이나 경제, 평화, 안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이 너무 제한적일 거 같다. 뭐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역시 천막을 찾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에게도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용산 전체주의를 꿈꾸는 게 아니냐”라며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더 심각한 상황인 거 같아 반드시 막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통화하기도 했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단식이라는 극한 상황에 오로지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세상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서 (단식이) 대수겠느냐”라고 화답했다고 안귀령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표는 또 “오래전 노무현 대통령님 제사 때 마지막 잔을 올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 잊지 않고 있다. 전화도 주시고 신경도 써주시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화에 앞서 단식을 만류하고자 천막을 찾았다 눈물을 훔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여러 인사들이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단식 투쟁을 끝날만한 뾰족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내건 대통령 대국민 사죄,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등 요구는 사실상 수용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고 여권 관계자의 방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만 10일 동안 이어 가던 단식 투쟁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권고를 수용해 중단한 바 있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에게 문 전 대통령의 방문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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