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다영 자매 그리스행, 국제배구연맹 유권해석만 남았다

대한배구협회 이적동의서 발급 거부에 에이전트 국제연맹에 질의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오른쪽), 이다영.
학창 시절 폭력 행사(학폭) 논란으로 국내 무대에서 뛰기 어려워지자 그리스에서 활동하기로 방향을 튼 이재영·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의 국외 진출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10일(한국시간) 배구계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의 그리스 진출을 추진하는 터키 에이전시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이적 동의서(ITC) 발급 거부와 관련해 국제배구연맹(FIVB)에 공식 질의할 예정이다.

원소속구단인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을 포기함에 따라 선수 생명을 이어가고자 쌍둥이 자매는 터키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와 입단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자 발급 과정에서 그리스 대사관이 배구협회의 이적동의서 발급을 요구해 쌍둥이 자매는 아직 그리스로 가지 못하고 한국에 발이 묶였다.

배구협회는 국내 선수 해외 진출 자격 제한을 명시한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자체 규정을 근거로 쌍둥이 자매의 ITC 발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규정을 보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 연맹 등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에게 협회는 해외 진출의 자격을 제한한다. 특히 협회는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과 관련해 협회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중학교 시절 학폭건은 지난 2월에 불거졌다. 거센 비난 여론에 자매는 공개 사과로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진실 규명 차원에서 가해 당사자는 물론 피해자를 아우른 경찰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여론은 여전히 쌍둥이 자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다만,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배구협회의 쌍둥이 자매 ITC 발급 거부는 명분도 부족하고, 절차상 하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구협회는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자 진실을 규명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두 선수가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한 중징계를 하고도 정작 ITC 발급과 관련해선 협회의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발을 뺀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또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규정은 부칙에 2014년 1월 23일, 2016년 2월 18일 등 이사회 승인일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건은 지금부터 약 10년 전에 벌어진 일이나 협회는 규정을 소급적용해 ITC를 발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연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소급해 적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시각차가 존재하는 터라 자칫 소송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규정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FIVB는 선수 국제 이적 동의서를 FIVB에 소속된 해당 국가 배구협회 한 곳에서만 발급하도록 한다. 배구계 인사들에 따르면, ITC 발급과 관련해 유권해석이 필요할 경우, FIVB가 독자로 48시간 이내에 ITC를 승인하기도 한다. 대한배구협회의 발급 거부에도 FIVB가 승인하면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에서 뛸 수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그리스행 여부는 추석 명절 직전 또는 직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Bay News Lab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 Posts

의견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