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서 '위안부 문제 교육' 공언한 것은 "국제 약속"
"정권 눈치보기 작용"…역사 교과서 우경화에 우려 표명
'군함도 역사 왜곡' 비판…"일본정부, 약속 이행 안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고노담화에 비춰본다면 교과서에 ‘부(負·마이너스)의 역사‘로서 제대로 사실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역사 교과서 대부분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인권 침해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았는데 이런 흐름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고노담화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도 소재 고려박물관에서 열린 강연회를 계기로 연합뉴스와 만난 마에카와 대표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교육하고 후세에 전하겠다고 고노담화에서 밝힌 것이 “국제 약속“이라며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고노담화는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규정하고서 “우리는 역사 연구, 역사 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같은 잘못을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2년 12월 발족한 제2차 아베 정권이 8년 넘게 이어졌고 이후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사 교과서의 우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가해 행위에 관한 교과서 기술이 모호해진 것에 대해 마에카와 대표는 “정권에 대한 ‘눈치 보기‘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역사 교과서의 내용의 변화로 인해 한일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서 “역사 교육이 정치에 의해 왜곡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에카와 대표는 특히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 지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문제“라며 “침략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 (징용 등에서의) 강제성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내년부터 신설되는 고교 필수과목 ‘역사종합‘이 18세기 이후 일본 역사와 세계사를 함께 가르치도록 한 점을 거론하며 “메이지 시대 이후 동아시아에 대한 침략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 특히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일본 고교생이 더 제대로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에카와 대표는 1차 세계대전과 3·1 독립운동이나 민족 자결주의와 한반도의 독립운동을 함께 가르치는 방안을 예를 들었다. 그는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고교 선생님들이 제대로 가르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산업시설에 관해 설명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가 강제 동원의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에 관해서 마에카와 대표는 “내 생각에는 일본 정부가 국제적인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형식적으로만 이행해 강제 동원과 관련한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역사적인 사실을 은폐하려는 전시가 됐다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군함도 등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2015년 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토 구니 당시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과 이로 인한 인권 침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forced to work),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함도 등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작년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군함도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가혹 행위가 없었다는 취지의 전시물이 부각돼 있다.
마에카와는 아베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 가케학원이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아베 정권이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문서가 “확실히 존재했다“고 2017년 5월 25일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인물이다. 일부 일본 언론이 문서의 존재를 보도하자 총리관저 측이 ‘출처가 불분명한 괴문서‘라며 평가절하한 가운데 마에카와가 문서의 존재를 재확인했고 이는 아베 정권이 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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