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재확산…”2월에 전부 오미크론으로 바뀔 수도”

기시다 총리 "최악 상황 대비"…연초 해외순방 포기
3차 접종 느리게 진행…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내달 실용화 목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거리 모습. 자료사진.
일본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의 지역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는 등 한동안 억제돼 있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에서 115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10월 6일 1125명을 기록한 후 90일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작년 11월 하순에는 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증가세가 확연해진 셈이다.

오미크론의 일본 내 감염 사례도 부쩍 늘었다. 도쿄도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3일까지 확인한 25명 가운데 11명은 외국 방문 이력이 없으며 감염 경로도 파악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의 집계에 의하면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지역은 28곳에 달했다.

앞서 주일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확진자가 증가했고 새로 배치되는 미군이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생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방역 정책에 허점이 있었다. 일본은 작년 11월 말 외국인 신규 입국을 중단하는 등 비교적 빠르게 오미크론 유입 차단에 나섰다. 이런 대응으로 한동안 시간을 벌었으나 효과가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향 방문 등으로 연말연시 사람들의 전국적 이동이 활발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일본 내 오미크론 확산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에 참여하는 다테다 가즈히로 도호대 교수는 “2월에는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부 오미크론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NHK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와 비교해 중증이 되는 사람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감염력이 3〜4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의료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백신 3차 접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접종률은 일본 전체 인구의 0.5%에 그치고 있다. 고령자나 의료종사자의 경우 3차 접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으나 애초에 2차 접종 후 원칙적으로 8개월이 지난 후 부스터 샷을 시행하기로 계획한 탓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미에현 소재 이세신궁을 참배한 후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의 일본 내 감염이 “급속도로 확대하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내 코로나19 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번 달 정기 국회 전 외유(국외 출장)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그간 기시다 총리가 연초에 미국과 호주를 차례로 방문하는 안을 검토해 왔으나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에 유권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오미크론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그간 시행한 입국 규제 정책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국내 방역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에 관해서는 “2월 중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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