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환・전명운 의사 의거 117주년 기념식…김한일 회장 “스티븐스 저격, 이토 히로부미 처단으로 이어져”

스티븐스 처단, 일제 침략에 맞선 첫 ‘의열투쟁’ 역사적 의미
일본 사료에 “전명운 의사, 블라디보스토서 안중근 의사 만나”
의거 이후 한인회 시초인 대한인국민회 발족 조직적 저항 시작
“한인들 서로 뜻을 모으고 단합할 때 더 큰 시너지 나와” 강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관에서 개최된 제117주년 장인환, 전명운 의사 의거 기념식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의 성지인 샌프란시스코 한인 이민 역사의 중요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이민 선조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는 또한, 한인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뜻깊은 행사가 개최됐다. 올해로 117주년을 맞는 장인환, 전명운 의사 의거 기념식을 통해서다.

기념식은 22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관에서 개최됐다. 김한일 회장을 비롯한 단체장들과 지역 한인 100여 명이 참석해 의열투쟁의 시작을 알린 두 의사의 의거를 기념하고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먼저 기념사에 나선 김한일 회장은 두 의사의 의거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강조했다.

김한일 회장은 “장인환, 전명운 의사 의거는 약 1년 7개월 후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강조한 뒤 “더럼 스티븐스가 처단된 뒤 무죄 방면된 전명운 의사께서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가 안중근 의사를 만났다”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일제를 향한 의열투쟁의 시초인 장인환 전명운 의사의 의거가 우리 민족의 기개와 독립의지를 드러낸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일 회장의 이런 발언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1994년 최서멱 전 국제한국연구원장으로부터 기증받아 공개한 4백쪽 분량의 일본 외교사료에 근거한 것으로 당시 일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죄방면 된 전명운 의사의 행적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추적했던 내용들이 자료에 포함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명운 의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렀던 기간 거주지 주소가 안중근 의사의 거주지 주소와 같았다. 이는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총영사관에서 조사한 것으로 당시 일본은 스티븐스 저격에도 무죄 방면된 전명운 의사를 암살하려던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일 회장은 “이 역사적 사실로 볼 때 샌프란시스코는 독립운동이 시작됐고 또한 의열투쟁이 촉발된 곳이기도 하다”며 “독립운동의 성지인 이곳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이민 선조들의 훌륭한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받고 조국의 발전과 한민족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서로 화합하고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또한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80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후세들에도 알려주는 북가주 지역 한인들이 다 함께 모이는 축제의 행사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광복회 미서북부지회 윤행자 회장이 한인사회 화합을 강조하는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광복회 미서북부지회 윤행자 회장도 단상에 올라 두 의사의 의거 의미를 강조한 뒤 “두 의사의 의거는 세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고, 이후 두 의사의 구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인국민회가 결성되는 등 한인들이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장인환 전명운 의사를 생각하며 정체성과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념사를 전했다.

윤 회장은 덧붙여 “두 의사께서 조국을 구하기 위해 보여주신 숭고한 뜻을 받들어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안보관을 심어주는데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지금 한인사회가 많은 의견 대립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다른 어떤 민족보다도 우수하다는 자부심으로,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상대를 탓하기 보다는 먼저 내가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 것인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함께 발전하는 한인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의사의 의거의 역사적 의미와 한인들이 이어나가야 할 정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전명운 의사 사위 표한규 선생.
전명운 의사의 사위인 표한규 선생도 기념사에서 “두 분 의사 의거의 의미를 다시금 설명한 뒤 “더럼 스티븐스 저격은 의열투쟁의 시초이자 필요할 때에는 우리도 힘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린 의거”라며 “큰 일을 할 때에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서로 힘을 모으면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한다”며 두 의사의 의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함께 한인사회 화합을 강조했다.

표한규 선생은 “당시 두 의사의 구명활동을 통해 조직된 대한인국민회는 지금 한인회의 시초이자 한인회총연합회의 역할도 했다”고 말한 뒤 “대한인국민회는 한인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나아가 주권을 잃은 한인 이민자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지금의 총영사관과 같은 정부의 역할도 했다”며 “대한인국민회에 앞서 공립협회, 대동보국회, 흥사단 등 독립운동의 주축 단체들이 모두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다. 바로 이곳이 독립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지였다”고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외에도 기념식에 참석한 임정택 총영사, 이정순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최점균 민주평통 SF협의회장, 정경애 이스트베이 한인회장, 이진희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SF지회장,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그리고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 한인희 목사가 기념사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관에 세워진 전명운 의사 흉상.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관에 세워진 장인환 의사 흉상.
장인환, 전명운 의사는 117년전인 1908년 3월 23일 일제에 의해 고종의 외교고문으로 임명된 더럼 스티븐스를 페리 빌딩에서 사살했다. 스티븐스는 당시 미국에 도착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한국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를 한국인들도 환영하며 나라에도 더 이롭다고 주장한 것.

이에 격분한 한인들은 3월 22일 스티븐스가 묵고 있던 페어몬트 호텔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고, 신변의 위협을 느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던 스티븐스를 두 의사께서 페리 빌딩 앞에서 저격했다. 이 의거로 스티븐스는 이틀 뒤인 3월 25일 사망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앞서서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에서 제작한 ‘우리가 바로 21세기 장인환, 전명운입니다’ 영상이 상영됐으며, 기념식 후에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 상영회도 이어졌다. 이날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한국에서 건강을 위해 제약회사를 설립한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억만장자의 독립운동’ 편이 상영됐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는 오는 8월 15일까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한인회관에서 순차적으로 상영할 계획이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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