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현대차 공장 대규모 단속…트럼프 “불법 체류자” 주장 속 한국 사회 ‘충격·배신감 확산’

전문가들 “한미간 투자·동맹 신뢰 흔들릴 것” 경고
정치인들 “한국, 대미 투자 위축될 수 밖에 없어”
“한국 사회에 치명적 상처 남겼다” 반발도 나와

ICE가 공개한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대규모 단속 모습. 사진 ICE공개 영상 캡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송환을 마무리 짓기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사회에 충격과 혼란, 배신감을 불러일으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부지 내 건설 중이던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총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일부 노동자들이 손과 발, 허리에 사슬을 찬 채 이송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이들을 석방하기로 합의했으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를 투입해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노동자가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었다”며, 대신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배터리·반도체 제조 등 첨단 산업 기술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노엄 미 국토안보부 장관도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고, 기업들이 미국 내 고용을 확대하고 법을 준수하는 노동자를 데려오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권에서는 초당적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전혀 예상치 못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했고, 여당 의원들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수백 명을 구금한다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도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며 “한국 사회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다”고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보복 조치로 한국 내 불법 취업 미국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이 안보·경제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만큼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한미 투자·경제 협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단속은 지난달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그리고 한국이 미국 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져 한국 사회의 충격이 더욱 크다는 평가다.

한국 언론에서는 “동맹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투자 혜택이 정권 교체에도 보장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백우열 교수 역시 “미국이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외국 투자를 유치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인 비자 제도는 미비하다”며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단속으로 단기간에 전문 인력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미국 내 주요 사업 운영에 차질과 비용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법적 노동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돼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고, 대신증권은 “이번 사태로 해당 배터리 공장의 가동 일정이 내년 초로 계획된 생산 개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장관은 국회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숙련 노동자 비자 확대 요구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협상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구금된 노동자들이 현장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미국에 입국해야 한다며 “공장 준공 지연은 미국에도 큰 손실이 될 것임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지아 현대차 공장 단속 사태는 단순한 불법 체류 단속을 넘어 한미 간 신뢰와 경제 협력의 균열 가능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자국민 보호와 기업 투자를 지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제한적인 비자 제도는 양국 간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공장 가동 지연과 산업 차질을, 장기적으로는 투자 환경 불안과 동맹 신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양국 협상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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