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중 발언’ 자오 감독 오스카 수상 소식 차단

베이징 출생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감독상·작품상 받아
웨이보 게시물 대부분 삭제
과거 중국 비판 발언 때문인 듯

25일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지만 과거의 반중 발언 때문에 정작 중국 내에서는 관련 소식의 전파가 차단됐다.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Nomadland)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26일 중국의 트위터 같은 서비스인 웨이보에서는 자오 감독의 중국어 이름(자오팅)이나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사실상 금지어가 됐다. 감독 이름이나 영화 제목으로 검색해도 사실상 결과를 찾을 수 없다.

이날 오전 자오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는 동영상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수백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나 이들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됐다. 웨이보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 정책하에 운영되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자오 감독의 이름을 검색해도 관련 기사는 1건도 발견되지 않는다. 약 2개월 전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만 남아있을 뿐이다. 영화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 자오 감독의 중국 이름이나 영화의 중국명을 입력하면 ‘관련 법규와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고만 나온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여론 통제에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이용자는 자오 감독의 중국 이름에서 영어 약자를 딴 ‘zt’로 검열망을 피하기도 했다. 이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계되지 않았다. 상하이에서는 자오 감독 동문 주최로 약 30명이 바에 모여 오스카 시상식 생중계를 온라인으로 시청하려고 했지만 일부 해외 사이트 접속에 필요한 가상사설망(VPN) 접속이 차단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자오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떠들썩하게 축하하기는 커녕 무시하는 것은 그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앞서 그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 웨이보에서는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가 3억5천만건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수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며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여론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이날도 삭제되기 전의 웨이보 게시물에서는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누리꾼도 있었지만 과거의 반중국 발언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자오 감독의 수상과 온라인 검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참 뜸을 들이다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중국 외교부는 직접적인 외교 문제가 아니라도 입장을 알리기를 원하면 선택적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자오 감독은 중국인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영화 작품 활동을 했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런던의 사립학교와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를 다녔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이날 유창한 영어로 한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중국 어린이들이 많이 배우는 ‘삼자경’을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게 외웠다면서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본래 착하다’는 구절은 중국어로 언급했다. 이 같은 소감은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중국 언론은 자오 감독에 대한 반감 때문에 ‘노매드랜드’의 중국 내 개봉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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