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F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6배 급증…예방 대책은 ‘전무’

2020년 9건 뿐인 아시아계 증오범죄, 지난해는 60건 ‘567% 폭증’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25일 차이나타운에서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빌 스캇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 CBS SF BayArea 뉴스 캡처.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아시아계 주민들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모두 60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발생한 9건의 증오범죄에 비해 무려 6배 (567%)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런던 브리드 시장은 25일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빌 스캇 경찰서장과 함께 나와 아시아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리드 시장은 “설날이 다가옴에 따라 아시아계 주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경찰서와 협조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증오 범죄의 피해를 당했을 경우 당국에 꼭 신고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빌 스캇 경찰서장도 “아시아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폭증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증오범죄 용의자를 체포했고 이는 새로운 범죄를 억제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 서장은 이어 “작은 피해라도 증오 범죄와 관련이 있을 경우 꼭 신고를 해 달라”며 “증오 범죄가 발생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시 검찰국도 아시아계 노인 피해자들을 위한 운영위원회 첫 모임을 열고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검찰국의 발표에 따르면 언어 소통에 어려운 노인 피해자들을 위해 통역 담당관을 추가로 채용하며 노인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고든 마 샌프란시스코 시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 범죄는 단순한 사건 사고가 아닌 위기 수준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시 전역에서 포괄적인 증오 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계획 그리고 구호 보조금 프로그램을 만들며, 타민족간 교류 활성화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3월 27일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에서 한국과 중국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개최한 '아시안 인권을 위한 평화시위'에 런던 브리드 시장이 참석해 아시아계 주민들을 위해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설하고 있다. [베이뉴스랩 자료사진]
하지만 이날 발표된 대부분의 대책들은 증오 범죄를 예방하기 보다는 이미 발생한 증오 범죄의 피해자를 돕는 것에 집중돼 있어 예방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범죄 발생 신고, 증오 범죄 기소 등의 노력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런던 브리드 시장은 지난해 3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증오 범죄 중단을 외쳤던 ‘아시안 인권을 위한 평화 시위’에 참석해 ‘거리 폭력 방지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발표된 자료에서 알 수 있듯 급증하는 증오 범죄를 막지 못했다.

더욱이 증오로 인한 폭력과 절도 범죄가 발생해도 증오에 기인한 범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언어 폭력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신고조차 되지 않아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예방책 없이 시장과 경찰서장이 나서 아시아계 주민들을 위해 ‘안전’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증오 범죄를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Bay News Lab / editor@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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