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에 4강’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일본 고시엔 우승 넘본다

9회말 끝내기 승리·28일 준결승…후발주자로 눈부신 성적

고시엔 4강 진출 확정한 교토국제고.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올해 여름 고시엔 처음 출전했지만, 파죽지세로 연승을 거둬 고교 야구의 샛별로 부상한 셈이다.

26일(현지시간)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 전에서 교토국제고가 쓰루가케히고를 3대 2로 눌러 준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양 측은 2대 2 동점으로 8회를 마쳤다. 먼저 공격에 나선 쓰루가케히고가 득점 없이 9회 초를 마무리한 가운데 9회 말 교토국제고가 1점을 올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19일 열린 마에바시이쿠에이고교와의 경기(1대 0), 24일 열린 니쇼가쿠샤대학부속고교(6대 4)와의 시합에 이어 3연승을 기록했다.

고시엔에서는 매 시합 우승팀 교가가 연주된다. 교토국제고의 선전으로 가사에 ‘동해’를 포함한 교가가 구장에 반복해 울려 퍼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한국어로 돼 있고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다시 울려퍼지는 한국어 '동해' 교가.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침착하게 대응한 선수들에게 이미 일본 1위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재일 동포와 세계 곳곳에서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지금껏 공간이 부족한 운동장에서 지내 왔다”며 “경영진과 협력해 1만평 규모의 야구장을 마련해주고 싶다. 경비는 5억엔 정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교장은 또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재일 동포를 위한 민족 교육기관으로 설립돼 1960년대에 교육 과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일본에서 정규 학교로 인정된 교토국제고의 특수한 역사를 염두에 둔 바람으로 보인다.

준결승 시합은 28일, 결승전은 29일 예정돼 있다.

여름 고시엔은 1915년 시작됐으며 일본 고교 야구 연맹에 1999년에 가입한 교토국제고는 상당히 후발 주자다. 이번 여름 고시엔에는 일본 내 3천603개 고교가 도전했다. 올해 처음 출전한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한 것은 놀라운 성과로 볼 수 있다.
택시에도 교토국제고 응원 문구 "힘내라! 교토국제나인"(나인은 야구팀 출전 멤버를 의미)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교토국제고 제공.
일본 언론도 교토국제고의 선전에 주목했다. 주니치스포츠는 고시엔에 첫 출전한 학교가 4강에 진입한 것은 2013년에 마에바시이쿠에이고교가 우승한 후 8년만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고시엔은 각 지역별로 대표 학교가 출전하며 연고지 교토는 교토국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교토 지역에서는 교토국제학교를 응원하는 “힘내라! 교토국제나인”(‘나인’은 야구팀 출전 멤버를 의미)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운행하는 택시도 목격됐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봄 고시엔’으로 불리는 선발고교야구대회에도 첫 출전했으며 16강까지 진입했다. 당시에는 비록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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