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여대생 실종사건’ 27년만에 살해 용의자에 종신형 선고

숨진 학생의 대학 동기였던 남성…법원, 무죄 주장 기각
시신 발견 안돼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2년 전 기소

여대생 살인사건 용의자 재판정의 유족 등 모습
1996년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새내기 여학생이 실종된 뒤 27년 만에 이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10일 AP통신과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카운티 법원은 이날 여대생 크리스틴 스마트(사망 당시 19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폴 플로레스(46)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제니퍼 오키프 판사는 플로레스를 “사회에 암적인 존재”라고 지칭하면서 그의 무죄 주장을 기각했다. 또 그를 성범죄자로 등록할 것을 명령했다.

검찰은 그가 대학 동기였던 크리스틴을 강간했거나 이 같은 범행을 시도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은폐했다고 밝혔고, 법원 역시 이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봤다. 플로레스의 변호인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앞서 내려진 유죄 평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6년 5월 25일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의 신입생이었던 스마트는 파티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던 중 실종됐다. 헬리콥터와 탐지견 등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2002년 법적인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플로레스는 스마트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기 남학생으로 스마트의 생존 모습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용의선상에 올랐다. 수사관들이 그를 조사할 때 그의 눈에 멍이 들어 있었고, 스마트가 실종되기 5개월 전 술에 취한 플로레스가 스마트의 기숙사 발코니에 올라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사실도 드러났다.

플로레스는 사건 당일 스마트와 파티 장소에 함께 있다가 먼저 데려주겠다고 제안하긴 했지만, 기숙사가 보이는 곳까지 동행한 뒤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당국이 스마트의 시신을 계속 찾지 못하고,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오랫동안 미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2019년 이 사건이 한 팟캐스트에서 소개되고 새 증인들이 나타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검찰이 플로렌스 아버지의 집을 수색했을 때 마룻바닥 아래에서 사람의 혈흔이 있는 흙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러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2021년 4월 플로레스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 뒤 기소했다.

이 재판은 원래 사건이 벌어진 지역인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플로레스 측이 이곳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약 110마일 떨어진 몬터레이 법원으로 옮겨졌다.

12주간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된 지난해 10월 몬터레이 카운티 배심원단은 플로레스의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다만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그의 아버지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 지방검사장 댄 다우는 이날 플로렌스에게 종신형이 선고된 뒤 성명에서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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