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지난해 미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이들이 2만명에 달했다. 20년간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총기난사로 인한 대량 인명살상 사건은 줄어들었지만 총격 사망 자체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총격 사건을 집계하는 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만9천380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최대치였던 2017년보다 3천600여명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 20년간 최고치라고 WP는 전했다.
총격으로 부상한 이들 역시 2018년보다 8천여명 늘어 4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총기를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2만4천명이나 됐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범죄방지 활동도 타격을 입고 실업이 증가했으며 스트레스도 늘어난 상황이 총기 사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로니 던 클리블린드주립대 교수는 WP에 “하루에 (총격사건과 자살을 합쳐) 총기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데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이는 만성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WP는 또 약 300명의 어린이가 미국에서 지난해 총에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2019년보다 50% 증가한 충격적 수치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상당 기간 학교에 가지 않았고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이 거의 없었는데도 오히려 총기에 사망한 어린이들의 숫자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WP는 자살과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총기 구매는 크게 늘었다. WP는 신원조사에 대한 연방정부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2천300만정의 총기가 판매됐고 이는 2019년보다 64%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달 들어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사망하고 콜로라도주 볼더 식료품점 총기난사로 1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지난해 총기난사 사건 자체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지난해 총기난사는 73일에 한 건 발생했다. 36일에 한 건이었던 2019년과 45일에 한 건이었던 2017·2018년과 비교해서는 빈도가 덜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애틀랜타와 콜로라도 볼더 총기난사 사건으로 규제강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금지, 신원조사 강화 등을 촉구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비극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의회가 행동할 때“라며 공격형 무기 금지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