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3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일단 크루그먼 교수는 2010년 상황을 소개했다. 당시 미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돈이 풀리자 보수진영에선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소비자 물가는 4% 가까이 올랐고 도매물가지수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석유와 대두 가격은 1년에 40% 올랐다.
공화당에선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론이 제기됐지만 벤 버냉키 전 의장은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의 입장대로 물가는 조만간 진정됐고, 1970년대식의 인플레이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상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펴는 현재와 비교하면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와 대두 같은 상품의 가격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쉽게 오르고 쉽게 진정된다면서 문제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한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은 근원물가의 급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업들이 물가상승을 기정사실화하면 가격에도 물가상승 가능성이 선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현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라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겁먹지 말라는 2010년도의 교훈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기회복뿐 아니라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글로벌 공급체인의 영향으로 일부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일부 세력이 몇개월간의 물가 자료를 미래의 파국에 대한 근거로 이용하는 것을 놔두지 말라“는 말로 칼럼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