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에 제동 건 연방항소법원…“대통령 무제한적 관세부과 권한 없어”

대법원 상고 앞두고 관세 효력은 유지…의회 권한 회복 요구 속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 대통령. 자료사진.
연방 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에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AP뉴스가 29일 보도했다. AP는 그러나 당장은 관세 조치의 효력이 유지돼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0월 중순까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 권한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뉴욕 국제무역법원의 지난 5월 판결을 대체로 지지한 것이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대4 판결문에서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히며 “이 결정이 확정된다면 미국은 사실상 파괴될 것”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썼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트럼프가 합법적으로 행동했다며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규모 기업을 대리한 리버티 정의센터의 제프리 슈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 무제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불법 관세로 인해 피해를 본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투명하다. 전미외국무역위원회 제이크 콜빈 회장은 “관세가 최종적으로 무효화된다면, 의회가 헌법상 관세 규제 권한을 되찾아와 기업에 장기적인 확실성과 소비자들에게 구제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은 이른바 ‘퇴행적 세금’인 관세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복잡해졌다고 분석한다. 기존의 법적 권한을 활용할 수는 있으나, 속도와 강도 면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유럽연합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고, 이를 통해 연방 재정에 수백억 달러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행정부의 협상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판결에 반대한 일부 판사들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위헌적 권한 위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측에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법무부는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이미 징수한 세금을 환급해야 해 연방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관세로 거둔 세수는 1,590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직 백악관 경제 자문이던 무역 변호사 라이언 마예루스는 “관세 환급 요구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지난 2월과 4월 각각 부과한 두 가지 관세를 다뤘다. 첫째는 4월 2일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로, 미국과 무역 적자를 내는 국가에 최대 50%, 그 외 국가에는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다. 둘째는 2월 1일 발표한 캐나다·중국·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마약·이민 관련 관세’로, 불법 마약과 이민 유입을 막겠다며 부과됐다. 그러나 법원은 무역적자가 비상사태 정의에 해당하지 않고, 마약·이민 문제도 관세 부과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 제도 폐지 후 경제 혼란 속에서 긴급 관세를 부과했을 때는 법원이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무역법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수입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부과한 관세나, 1차 집권기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이유로 부과하고 바이든 대통령도 유지한 관세는 다루지 않는다.

트럼프는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나 제한적이다. 예컨대 1974년 무역법 제122조는 미국과 무역 적자를 내는 국가에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제301조는 불공정 무역 행위가 입증될 경우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트럼프는 이미 301조를 근거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했었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국 무역 정책과 대통령 권한의 경계를 둘러싼 중대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나아가 의회가 무역 정책에 대한 헌법적 권한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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