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대미 투자 3천500억 달러는 선불” 발언에 한미간 통상협상 불확실성 커져

한미 무역 합의 놓고 평행선, 한국은 보증·미국은 현금 지분 요구
시민단체 “IMF급 충격 불가피”…투자 철회 촉구하며 거리 행진

지난 8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천500억 달러를 ‘선불’이라고 못 박으면서 한미 통상협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을 재확인하며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유럽연합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는 이제야 제대로 대우받고 있다”며 관세 인하 조건으로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압박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은 투자금을 지분 투자보다 보증 위주로 구성하려는 반면, 미국은 ‘일본식 합의’를 내세우며 현금 지분 투자와 투자 이익의 대부분을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은 협상 불확실성을 키우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26일(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중 1,412원을 넘어서며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3천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협상이 지연될 경우 원화 약세와 아시아 통화 동반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실은 “투자 방향성과 캐시플로 문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천500억 달러 ‘선불 투자’는 IMF 외환위기급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미 투자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날강도식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원화 가치 불안과 한미 관계의 긴장 고조는 더욱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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