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평화를 거부한 포격: 중동발 글로벌 위기와 미국의 에너지 패권

김지수 변호사
최근 이란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은 단순한 군사적 대응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려던 결정적인 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철저히 계산된 ‘평화 저지’ 행위였습니다. 오만 외교부 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Badr Albusaidi)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란은 핵 농축 물질을 축적하지 않고 IAEA의 전면적인 검증을 수용하겠다는 전례 없는 양보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평화가 정착되려는 찰나, 폭탄이 투하되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지난 반백 년간 가장 혁신적인 경제사가”로 불리는 마이클 허드슨은 본인의 블로그에 실린 경제학자 리차드 울프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번 공격의 본질이 이란의 핵 위협 제거가 아닌, 미국의 중동 에너지 통제권 유지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https://michael-hudson.com/2026/03/war-oil-and-empire/

만약 이란과 서방 사이의 평화 협정이 체결된다면, 미국은 중동 내 석유 자원과 그 유통 경로에 대한 무력 기반의 지배력을 잃게 됩니다. 미국에 있어 중동의 불안정은 독립적인 산유국들이 자국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막고, 이스라엘과 대리 군대를 활용해 지역을 분할 통치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줄기는 ‘미국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에너지 자원’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그리고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된 국가들의 공통점은 에너지 자립성입니다. 중동의 석유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Unipolar order)를 위협합니다. 이번 공격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미국 내 석유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겠지만, 중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들과 개발도상국(Global South)들은 가혹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허드슨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의 트리거’로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전쟁을 넘어,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 이후 유지되어 온 국가 주권의 원칙과 국제법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유가 상승은 개발도상국들의 달러 부채 상환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결국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유엔(UN)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제 기능을 상실하고,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조차 가로막히는 상황에서 세계는 새로운 대안적 질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격은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종말에 다다랐음을 보여줍니다. 국제 사회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공세를 막아낼 대안적 금융 시스템과 국제기구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는 끝없는 경제적 혼란과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것입니다. 이제는 유엔 본부의 이전이나 새로운 국제법 집행 기구의 창설 등,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실질적인 구조 개편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두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고도 결정적인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란의 보복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중동 내 LNG 정제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고 있습니다. 허드슨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주식 시장과 경제 지표는 중동발 가스 가격 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군사 행동에 동참하라는 압박과 에너지 생존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동맹 지지가 자칫 국가 경제의 혈맥을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여러 전선에서 자국군의 직접 투입보다는 대리 세력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울프는 미국이 쇠퇴하는 제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군사적,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깊숙이 휘말릴 경우, 이는 단순히 중동과의 관계 악화에 그치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의 경제적 단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5 백악관이 트럼프 2기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의 종합적인 지침을 담은 ‘2025 국가안보전략서’(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5)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8월 중순에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 국방차관 주도로 초안이 작성된 후 3개월이 넘게 각 부처와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공식 공개된 이 국가안보전략서는 1986년 레이건 정부 당시 국가안보전략을 작성하여 의회에 보고할 것을 규정한 골드워터-니콜스 법안(Goldwater–Nichols Act)에 따라 1987년 처음 발간된 이후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발간되어 왔습니다. 이 가장 최근의 미국 ‘2025 국가안보전략’은 이미 국제 질서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 동맹’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허울뿐이던 수사적 명분은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미국 본토 방어’, ‘경제적 실익’, 그리고 ‘동맹의 책임 전가(Burden Shifting)’입니다.

허드슨은 이란,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블록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음에 주목합니다.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이란 공격을 위한 기지 사용을 거부하며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 역시 한미 동맹이라는 축을 유지하되, 다극화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달러화 영역’에만 모든 것을 거는 위험을 분산해야 합니다.

마이클 허드슨은 이번 전쟁의 핵심 동기 중 하나를 ‘달러 패권 유지’로 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달러 자산으로부터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켜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환율을 급등시킵니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허드슨은 러시아의 사례처럼 미국이 적대국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외환 보유고를 달러 외에 금이나 다른 통화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모가 큰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스와 석유 가격의 폭등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직접적으로 높여 상장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초래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글로벌 물류망을 마비시킵니다. 리처드 울프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서구권과 유라시아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시장 점유율을 잃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을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고 가계 부채 폭탄을 터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고,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금융 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위축시킵니다.

이란-미국 전쟁은 한국 금융 시장에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안겨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변동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자립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단기적 대책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대륙으로의 확장성’ 확보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는 명확해야 합니다. 첫째, 중동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지양하고 인도적 지원과 평화적 중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맹의 틀 안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당당히 주장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패권의 다극화가 가속화되는 2026년의 국제정세 속에서,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에 갇힌 외교는 국가를 위태롭게 할 뿐입니다. 지금은 기존 강대국들의 쇠퇴와 새로운 세력의 부상 사이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과거의 냉전적 사고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습니다. 기존 국제질서의 급변화와 신흥 세력의 부상 사이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 경제를 지키는 일이며,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 통일의 기반을 닦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입니다.

NSS에서 비핵화 목표가 후순위로 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보다는 ‘현상 유지와 관리’의 관점에서 보겠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비개입주의 기조를 역으로 활용해, 한반도 문제의 결정권과 운전대를 우리 정부가 다시금 쥐는 탈냉전적 사고에 기반을 둔 ‘유연한 현실주의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현 상황과 미국의 2025 NSS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지킬 준비와 그에 걸맞은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제 감상적인 동맹론을 넘어,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안보 지형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세우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지역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김지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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