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사회·경제 위기에도 무력 분쟁 멈추지 않아" 비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님 부활 대축일(부활절)인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빈국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부활절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메시지를 통해 1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이같이 호소했다.
교황은 “슬프게도 팬데믹(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가난한 이들의 수가 급격히 늘었고 수많은 이의 절망도 커졌다“면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포함해 누구든 도움이 필요로 하며 필수적인 돌봄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은 우리 모두가 팬데믹과 싸워야 하는 현 시점에 더욱 명백하다. 백신은 이 싸움에서 필수적인 도구“라며 “나는 국제사회가 책임의식을 갖고 공급 지연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특히 최빈국에 충분한 백신이 돌아가도록 힘써주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바이러스 사태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여전히 심각함에도 무력 분쟁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군사력이 강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준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은 바이러스·내전 등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곳곳의 약자 및 소외계층에 지지와 격려의 메시지도 전했다. 비인간적인 조건 아래 비참한 삶을 사는 수백만 시리아 국민에게는 무력 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했고,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거리로 나선 미얀마 젊은이들에게는 깊은 연대감을 표했다. 또 오랜 내전에 찢긴 예멘·리비아, 정치·경제 위기에 직면한 레바논 국민도 안정과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교황은 이어 지난달 초 역사적인 이라크 방문의 기쁨을 떠올리며 이라크가 지속해서 평화의 길을 가기를 희망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번영 속에 공존하는 방안을 찾고자 대화에 나서도록 독려했다.
통상 교황은 성탄절과 부활절 두 차례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2층 중앙 발코니에서 광장에 운집한 10만여 신자들을 향해 ‘우르비 에트 오르비‘ 메시지를 발표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사태로 올해 부활절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성베드로대성당 내에서 200명 안팎의 신자와 사제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이를 진행했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찼을 성베드로 광장도 이동을 통제하는 경찰 차량만 눈에 띌 뿐 인적이 거의 없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고자 부활절이 낀 3〜5일 사흘간 전국에 외출 제한, 식당 등 비필수 업소 폐쇄 등의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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