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시티즌스 은행, 실리콘밸리은행 인수…모든 예금·대출 포함

시장 일단 안도에도 불안 여전…"폭풍 전 고요함"

실리콘밸리은행 로고. 자료사진.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 시티즌스)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한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7일 퍼스트 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모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에는 약 720억 달러 규모의 SVB 자산을 165억 달러의 할인된 금액에 인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증권과 다른 자산은 FDIC의 법정관리 대상으로 남으며, FDIC는 5억 달러 상당의 퍼스트 시티즌스 주식평가보상권(SAR)도 갖게 된다. 17개 SVB 지점은 이날부터 퍼스트 시티즌스 지점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 FDIC는 예상 손실이 약 200억 달러이지만, 정확한 손실 규모는 법정관리가 종료될 때 확정된다고 밝혔다.

SVB는 이달 초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뒤 스타트업을 비롯한 예금주들의 대량 인출 사태(예금 대량 인출)로 하루 만에 400억 달러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10일 파산했다. SVB 파산은 미국 은행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FDIC가 파산한 SVB의 관리에 들어갔고 매각을 시도했으나 1차 시도에서는 실패했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FDIC의 SVB 매각을 위한 1차 입찰에도 참여했으나, 당시에는 가격을 매우 낮게 써내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퍼스트 시티즌스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FDIC 관리에 들어간 은행을 인수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본사를 둔 중소은행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미국 내 은행 중 30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퍼스트 시티즌스는 파산한 경쟁 은행들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이 은행은 2009년 이후 총 20개 이상의 파산 은행을 인수했으며, 작년에는 CIT 그룹을 20억 달러에 사들였다.

SVB의 인수자가 나타나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은행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IG 마켓의 토니 시커모어 애널리스트는 “SVB를 인수자에게 넘기는 것은 좋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지역은행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다른 폭풍이 오기 전의 작은 고요함”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유럽의 거대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 주가가 전날 대비 8.5% 급락했고 유럽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치솟았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과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추기 위해 계속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이에 따라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인지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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