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역대 최강의 미들급 챔피언 마빈 헤글러가 13일 숨을 거뒀다. 향년 66세. AP통신은 이날 헤글러의 아내인 케이 G. 헤글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헤글러의 아내는 “무척 슬픈 발표를 하게 돼 유감“이라며 “오늘 불행히도 사랑하는 남편이 뉴햄프셔에 있는 집에서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54년 5월 미국의 손꼽히는 슬럼가인 뉴저지주 뉴어크의 흑인 빈민가에서 6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헤글러는 프로복싱 역사상 최고의 미들급 복서로 평가받는다. 헤글러는 프로복싱 미들급에서 약 8년 동안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983년 ‘돌주먹‘ 로베르토 듀란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고, 1985년에는 ‘히트맨‘ 토머스 헌즈를 3라운드 KO로 물리쳤다. 헤글러는 1976년부터 1986년까지 36승 1무로 무려 10년 동안 무패를 기록했다. 헤글러는 1987년 4월 슈거레이 레너드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결국 이 시합이 헤글러의 은퇴 경기가 됐다.
레너드는 철저하게 아웃복싱을 구사하면서 링 주위를 맴돌다가 기회가 오면 화려한 연타 공격을 퍼부었다. 헤글러는 줄기차게 쫓아다니며 펀치를 날렸지만, 레너드의 빠른 발과 펀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헤글러는 통산 전적 67전 62승(52KO) 2무 3패, 미들급 12차 방어의 커리어를 남기고 은퇴했다. 그는 1983년과 1985년 두 차례 미국 복싱 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복서‘에 뽑혔다. 복싱 전문지 ‘복싱 일러스트레이티드‘는 헤글러를 1980년대 최고의 복서로 꼽았다. 헤글러는 은퇴 이후에 영화계로 뛰어들어 B급 액션물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헤글러는 1993년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헤글러의 특별한 닉네임은 ‘마블러스(Marvelous)’, 즉 ‘경이로운‘ 복서였다. 지칠 줄 모르는 승부 근성으로 경기 대부분을 KO로 끝내고, 아무리 맞아도 단 한 번도 KO패가 없었던 그에게 어울리는 찬사였다.
전설적인 복싱 프로모터인 밥 애럼은 “헤글러는 영예로운 사람이었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투지로 링에서 싸웠고, 진정한 운동선수이자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매니 파키아오를 세계적인 복서로 키워낸 트레이너 프레디 로치는 “편히 잠드소서, 나의 친구여. 헤글러 가족에게도 애도를 표한다“며 “헤글러 당신이 복싱에 기여한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