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배우 강수연…반세기 영화 여정 마치고 영면

"한국영화 자체…영원한 사수" 영화인들 애도 속 영결식
임권택 "수연아,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
외국 영화인들 추모영상…"여전히 가장 눈부신 여신"

고 배우 강수연 영정사진.
배우 강수연이 반세기에 걸친 영화인생을 마감하고 영면에 들었다. 11일(한국시간)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배우 강수연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유족과 영화인 100여 명이 참석해 갑작스럽게 떠난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유지태는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수십 년 동안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월드스타’ 칭호가 줬을 부담감을 애석해했다. “스물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면서, 더 명예롭게, 더 스타답게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억세고도, 지혜롭고도 또 강한 가장이었습니다. 남자 못지않은 강한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후배들을 사랑하고 또 믿음으로 뒤따르게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목이 멘 채 짧은 추도사를 했다.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있어서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 편히 쉬어라.” 배우 설경구는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저를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치고 도와주면서 이끌어주셨다”며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저는 선배님의 영원한 연기부 조수였고, 선배님은 저의 영원한 사수셨다”고 했다.

유작으로 남게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하는 연상호 감독은 무명 시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외국 영화제 관계자와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던 고인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선배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자기 일처럼 나섰다. 선배 자체가 한국영화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저는 선배님과 영원히 작별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선보일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외국 영화인들은 추모영상을 보내 고인을 기렸다. 제니퍼 자오 대만영상위원회 부위원장은 “전세계 영화인들의 모범”이라고, 양귀매 배우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눈부신 여신”이라고 했다. 차이밍량 감독은 영상에서 먼 곳을 응시하며 침묵으로 애도를 표시했다.

영화제 수상과 스크린쿼터 사수운동 등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더 커졌다. 임권택 감독 부부와 정웅인·김아중·엄정화·예지원 등 후배 배우들이 영정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연상호 감독과 정우성·설경구·류경수 배우가 고인을 운구했다. ‘정이’로 고인의 마지막 연기 파트너가 된 김현주 등이 가는 길을 지켰다. 한 시간여 만에 고인이 떠난 영결식장에는 ‘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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