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유진 정 “코치면접에서 인종차별”…NFL 조사 착수

2016년 필라델피아 이글스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할 당시의 유진 정. 필라델피아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국계 미국인 유진 정 씨(52)가 코치 면접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미국프로풋볼(NFL) 사무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정씨는 지난주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한 구단과 코치 면접을 진행하던 도중 “당신은 소수 인종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한국계인 내가 왜 소수 인종이 아니라는 거냐’고 되묻자 “우리가 원하는 소수 인종이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했다. 2021년에 이런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NFL 사무국은 25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그러한 말은 리그의 가치와 정책에 전적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NFL 구단들은 리그가 추구하는 다양성, 평등, 포용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구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1992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의 지명을 받아 아시아계 최초 NFL 1라운드 지명 기록을 남겼던 인물이다. 2010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필라델피아 이글스, 캔자스시티 치프스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를 지냈다.

정씨는 이날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NFL 사무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해당 구단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누군가를 부끄럽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래서 얻을 게 뭐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난 당시 면접자가 차별적으로, 악의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까지 했다. 정씨가 입을 꾹 다물며 NFL 사무국의 조사로 진실이 밝혀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NFL은 2003년 ‘루니 룰’을 채택했다. NFL 감독이 공석일 때 최소한 1명의 비백인을 인터뷰하도록 명문화한 규정이다. 2009년에는 이 규정이 단장과 단장에 준하는 프런트 직책으로 확대됐다. NFL은 지난해 말에는 소수 인종 코치를 많이 채용하는 구단에 보상으로 신인 드래프트 추가 지명권을 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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