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틀째 이어진 장대비…‘토사 매몰’ 2명 심정지 등 피해 속출

충남 논산 납골당 인근서 토사 무너져 가족 4명 매몰…2명 심정지
전북 곳곳 일 강수량 관측 이래 최고치…전국서 침수·무너짐 등 피해
모레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 강한 비 예보…“각별한 주의 필요"

14일 오후 4시 2분께(한국시간) 호우 특보가 내려졌던 충남 논산시에서 토사가 붕괴하며 가족 등 4명이 매몰됐다. 1시간 30여 분만에 구조됐지만 70대 아내와 80대 남편인 부부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부부의 조카로 알려진 50대 여성과 부부의 손자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은 골절 등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매몰된 현장. 충남소방본부 제공.
이틀째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14일(한국시간) 충남 논산에서 일가친척 4명이 토사에 매몰돼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등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 최대 400㎜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데 이어 이번 주말에도 많은 비가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충남서 무너진 토사에 일가친척 4명 매몰…2명 심정지

이날 오후 4시 2분께 충남 논산시립납골당에서 비탈면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일가친척 4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70대·80대 부부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의 사촌과 손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대리 야산에서도 빗물에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주택을 덮쳐 거실에서 쉬고 있던 문모(61) 씨가 다리를 다쳤다. 문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나무 쓰러짐, 주택·도로 침수, 하천 범람 우려 등 피해 신고도 이어졌다. 전북 군산에는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364.8㎜의 비가 내려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안, 전주, 정읍에도 오후 6시 기준 각각 180.9㎜, 204.9㎜, 136.3㎜가 내려 강수량 기록을 새로 썼다.
충남 보령시 남포면 삼현리에 14일 오후 2시 50분께(한국시간) 폭우로 주택이 침수되면서 주민 1명이 구조됐다. 이날 호우경보가 내려진 보령에는 0시부터 오후 7시까지 165.5㎜의 비가 내렸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거센 빗줄기에 이날 오전 전주시 효자동에서는 차량 2대가 침수됐고, 군산시 서수면에서는 옹벽이 파손돼 주민 1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고창군 고창읍과 공음면, 대산면, 고수면 천변에서는 법면(둑의 경사면)이 유실됐다. 오후 4시 14분께 전남 목포시 호남동에서는 지상 5층짜리 건물에 집중 호우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균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내부에 있던 사람 16명을 대피시켰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221건의 호우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3시께 경기 파주시 운정동에서 강한 빗줄기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인근 주택 지붕 일부를 덮쳐 주민 1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하남시 장애인복지시설에 있던 19명도 집중 호우에 대비해 인근 노인복지회관으로 대피했다. 오후 1시 50분께 여주 천송동에선 지반 약화로 가로등이 쓰러졌다. 오전 10시께 부천시 상동의 한 종교시설에는 지하층에 물 10t이 들어차 배수 작업이 이뤄졌다.

충남 계룡과 논산, 보령, 아산 등지에서도 주택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오전 7시 19분에는 공주시 이인면에서 축사 침수 피해가 접수돼 소방 당국에서 배수 지원에 나섰다. 이날 오전 경북 김천시 구성면, 영천시 오미동, 성주군 선남면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 통행이 제한됐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장대비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량에 갇힌 시민들이 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9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송전저수지 인근에서 모하비 차량이 폭 20m의 하천을 지나려다 시동이 꺼지며 내부에 타고 있던 남성 2명이 고립됐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도 비슷한 시각 차량 1대가 침수돼 운전자가 차량 지붕으로 대피했다가 구조됐다.
14일 오전 6시 26분께(한국시간) 많은 비가 내린 충남 논산시 양촌면 중산리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출동한 소방대원이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 높아진 수위에 곳곳 홍수특보…“모레까지 강한 비”

집중 호우로 강과 하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전국 곳곳에 홍수특보가 잇따라 발령됐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경기 여주시 청미천 원부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7시 10분 세종시 금강 햇무리교 지점에, 오후 5시 30분에는 경북 예천군 희룡교 내성천지점에 홍수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오후 4시 20분께 경북 문경시 김용리 영강에, 오후 3시 40분 충북 달천(목도강) 목도교 지점에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청주 도심을 관통하는 무심천과 미호강에도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14일 오전(한국시간) 지난밤 폭우로 축대가 무너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가 통제되어 있다.
이 밖에 충남과 전남, 전북, 대전 등 지역에도 곳곳에 홍수특보가 내려졌다. 홍수주의보는 계획홍수위의 60%, 홍수경보는 계획홍수위의 80%일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산지, 충청권, 전라권, 경북 북부 내륙에는 16일까지 시간당 30~60mm의 비가 예보됐다. 특히 충청권과 전북 일부 지역에는 15일에 시간당 50∼100mm의 폭우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시간당 30~8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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