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임명강행에 정국 급랭…한덕수 인준 표결 앞 여야 ‘전운’

여 "바쁜 새정부 방해 말라"…야 "협치 기대말라" 한동훈 해임건의도 시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한국시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한국시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여야의 대치 전선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한 바로 이튿날, 야당이 지속해서 인선 철회를 요구해 온 한 장관을 끝내 임명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국이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 장관의 임명 여부와 맞물려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에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인준안을 통과시켜 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민주당이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에 격앙돼 있다는 점 등에서 현재로서는 ‘한덕수 불가론’에 무게가 쏠린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지만, 지방선거 역풍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서도 무조건 낙마시키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까지 남은 사흘 간 여야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 상태에서 한덕수 후보자 인준안 가결과 부결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국의 경색을 가져온 가장 큰 ‘사건’은 윤 대통령의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이었다.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소식이 늦어지며 정치권 일각에서는 혹시나 대통령실 내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잠시 흘러나왔으나 결국 이변은 없었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전체회의가 한창이던 오후 5시께 한동훈 후보자의 임명 소식이 국회에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더 이상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긴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하루속히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원팀으로 위기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직후임에도 야당에 발목을 잡히는 모습으로 정국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력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한 장관을 임명한 것은 협치를 파기한 것이라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강병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소주 한잔 협치’를 운운한 윤 대통령의 본심”이라며 “한 장관 임명 강행은 내로남불과 정치보복을 알리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장관 해임건의 카드까지 거론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을 검토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한 후보자의 인준을 두고도 더욱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치전선은 더욱 불이 붙었다. 한 장관의 임명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에 더욱 탄력을 붙이겠다고 나선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인준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한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갈 길 바쁜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20일 본회의에서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가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인준안 가결이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인준안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국정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 장관 임명으로 그간 주를 이뤘던 ‘한덕수 불가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전날 윤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했던 박범계 의원은 SNS에 “불통과 독주가 만나 어떤 변주곡이 될 것인가”라며 “막아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적어 한 후보자의 인준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민주당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인준 표결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으로서는 부결로 당론이 기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기에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을 더욱 선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기에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까지 무기력하게 패한다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점하고도 국정 주도권을 통째로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렸다. 그러나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한덕수 인준 불가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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