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염수 시찰단’ 12시간 마라톤 협의…나흘일정 방일 합의

일본, 일부 한국 요구 시찰 항목에 난색…화상 추가협의 조속히 갖기로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 한일 실무협의.
한일 양국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에 대한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일본 방문을 나흘 일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찰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은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 협의를 조속히 갖기로 했다.

한일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국장급 협의를 갖고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파견의 구체적 사항을 논의해 이렇게 합의했다고 외교부가 13일(한국시간) 밝혔다. 협의는 전날 오후 2시 15분께 시작돼 이날 오전 2시께 끝났다. 양측은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서 한국 측의 상세한 제안사항을 바탕으로 시찰단 파견 일정, 시찰 항목들을 포함한 활동 범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외교부는 “자정을 넘어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양측은 우리 시찰단의 조속한 방일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협의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방일은 이달 23∼24일을 포함한 3박 4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4∼5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회의가 장장 12시간가량 진행된 것은 시찰단이 접근할 시설의 구체 항목 등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외교부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과 일본 외무성 가이후 아쓰시 군축불확산과학부장이 수석대표를 맡고 양측 관계부처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국무조정실·원자력안전위원회·해양수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으며, 일본 측은 외무성·경제산업성이 대면 참석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도쿄전력이 화상 참여했다. 과학적 쟁점을 다루는 관계부처가 두루 참여한 만큼 한국 측은 시찰단이 보려고 하는 시설과 그 이유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시찰을 통해 일본의 방사능 핵종 분석 역량과 오염수 정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및 방류시설 운영 상황 등을 직접 파악해 해양 방류 과정 전반의 안전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ALPS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며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해저에서 방류한다는 계획으로, 한국 측은 방류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측은 한국이 요구한 일부 시찰 항목에 대해 난색을 표하거나, 협의 현장에서 결정이 어렵고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한국이 요구한 시찰 항목 등을 국내에서 추가로 검토한 뒤 다시 협의에 임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속히 실무자간 화상회의를 통해 추가 협의를 해 시찰단 방일 관련 필요한 사항들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정상 화상회의 개최는 다음 주 중이 유력해 보인다.

일본 정부도 이날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설명회에서는 한국 측의 관심 사항을 바탕으로 일본 측의 설명과 질의응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를 ‘설명회’라고 부르고 있다.

이어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파견 일정을 둘러싸고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흘간 일본을 방문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자세한 사항은 추가 논의를 통해 조속히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관계기관이 하나가 돼 처리수의 안전성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고 정중하게 설명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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