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은 영국 여왕…70여년 곁 지킨 필립공 영면에 들다

윈저성에서 가족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

코로나19로 대중 행사 없이 조촐하게

랜드로버 영구차 등 직접 기획

윌리엄·해리 형제 화해 계기 되나

장례식에 홀로 앉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의 장례식에 홀로 앉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70여 년간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돼 준 부군 필립공이 세상을 떴음을 실감케했다. 필립공은 17(이하 현지시간) 오후 3시 런던 교외 윈저성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100세 생일을 약 두 달 앞두고 지난 9일 별세한 필립공은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 지하의 왕실 묘지에 안치됐다. 여왕 부부는 코로나19를 피해 작년 초부터 윈저성에서 지내왔다.

 

거의 한 세기에 걸친 비범한 삶이 종지부를 찍은 데에 영국은 물론 영연방과 세계 곳곳에서 애도를 보냈다. 성조지 예배당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여왕과 자녀 등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척 30명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시신 참배를 포함해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행사도 일체 생략됐다. 대신 장례식은 TV와 라디오로 중계됐다. 장례식 시작에 맞춰 전국적으로 1분간의 묵념이 진행됐고 예포도 발사됐다. 장례식을 끝으로 공식 애도 기간은 종료된다.

필립공 장례식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필립공은 20여년 전부터 손수 꼼꼼하게 장례식 기획을 챙겨왔다. 운구에 쓰인 영구차로는 개조한 랜드로버가 사용됐다. 랜드로버 차량 개조는 2003년부터 16년간 진행됐으며 필립공이 도색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찰스 왕세자 등 직계가족 9명이 8분간 영구차를 따라 걷고 여왕은 그 뒤에서 차량으로 이동했다. 운구 행렬은 보병부대와 해병대 등이 호위했다. 장례식장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켰다. 그 때문에 여왕은 떨어져 혼자 앉아야 했다.

필립공 장례식

윈저 주임사제는필립공은 여왕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과 국가·영연방을 위한 봉사, 용기·강함·신앙으로 우리에게 영감을 줘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도 기도하면서 필립공의 평생에 걸친 신앙과 충성심, 책임감과 지조, 용기와 지도력을 칭송했다. 필립공의 장례식에선 그의 군 복무 경력과 그리스·덴마크 왕자로서 혈통이 강조됐다. 관 위에는 개인 깃발과 해군 모자, , 화환이 놓였는데 깃발엔 덴마크, 그리스, 에딘버러 그리고 자신의 성인 마운트배튼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간다.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남편 필립공

장례식에는 미국으로 떠난 해리 왕자도 1년여 만에 귀국해 참석했다. 임신 중인 부인 메건 마클 없이 혼자 돌아왔다. 마클은 TV로 장례식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과의 결별 배경에 관해 폭탄 발언을 던진 해리 왕자와 형인 윌리엄 왕세손이 할아버지 장례식을 계기로 화해할지가 관심이다. 이들이 영구차 행렬에서 떨어져 걷는 것을 두고 비관적인 관측도 나왔지만, 장례식 후에는 윌리엄 부부와 해리 왕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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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걷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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