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향한 ‘비극적 증오범죄’ 즉각 멈춰져야”…애틀랜타 총격 참사 1주기 추모식

3월 16일 아시안 아트 뮤지엄서… K-연합 공동 주최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계 주민들 500여명 참석
애틀랜타, 뉴욕, 시카고 등 11개 주요 도시에서도 열려

변신홍 북가주 한인 변호사협회 회장이 자신의 겪었던 성폭행 범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뒤로 여성을 향한 폭력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아시안 커뮤니티 리더들이 함께 서 있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참사 1주년인 3월 16일 참사가 발생했던 애틀랜타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카고, 댈러스, 새크라멘토, 워싱턴DC 등 11개 미 주요 도시에서 추모행사가 개최됐다.

‘아시안정의운동(Asian Justice Movement)’이 ‘침묵을 깨자’(Break The Silence)를 주제로 개최한 집회에서는 미국내 아시아계 주민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즉각 중단돼야 하며 아시아계 주민들이 힘을 모아 ‘폭력’에 맞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간여 동안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추모식이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한인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계 주민 등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커뮤니티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해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연단에는 웬디 뉴엔 ‘아시안 연합(Stand With Asian American)’ 설립자와14살의 청소년 활동가인 애슐린 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올리비아 쳉, 베키 마사키 ‘아시안 여성 쉼터(Asian Women’s Shelter) 설립자 등이 연이어 올라 아시안 혐오와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북가주 한인 변호사협회(KABANC) 변신홍 회장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성폭행 범죄에 대해 토로하며 여성을 향한 폭력의 참상을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변 회장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설명할 때에는 추모식장이 숙연해 지기도 했다. 변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오른 아시안 커뮤니티 리더들은 변 회장의 아픔을 위로하는 포옹을 나누며 이날 추모식은 마무리 됐다.
3월 16일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증오범죄를 멈춰라"를 외치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정광용 SF부총영사, 이진희 이스트베이 한인회장, 다니엘 정 산타클라라 카운티 검사장 후보,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손예리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프로그램 디렉터 등도 참석했다. 추모식에서는 한국문화원 ‘우리사위’ 고미숙 원장이 무대에 올라 나라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춤사위인 ‘태평무’를 선보였으며, K-PO 그루브 팀이 K-POP 댄스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1주년 추모식은 베이 지역 한인 단체들의 모임인 ‘K-연합’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행사장에는 북가주 한인 변호사협회(KABANC),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한인검사협회(KPA) 등 한인 단체들이 참여해 단체를 알리고 아시아계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안내하기도 했다.

‘K-연합’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돕기 위해 베이 지역 8개 한인단체가 2020년 4월 설립한 연합체로 베이 지역 K-그룹(K-Group), 북가주 한인 변호사협회(KABANC),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KACS), 샌프란시스코 한인 커뮤니티 재단(KACF-SF), 코리안센터(KCI),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KCCEB), 한인검사협회(KPA), 심플스텝스(Simple Steps)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추모식에는 ‘허클베리 유스 프로그램’, ‘AACI’, ‘Oakland Chinatown Improvement Council’, Southeast Asian Community Center’, ‘Asian Health Service’ 등도 참여해 ‘증오범죄’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해 설명했으며, 증오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호신술을 배워보는 시간과 함께 힐링 클래스도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 됐다. 행사 영상은 ‘아시안 지도자 연합’(Asian Leaders Alliance)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추모식에서 '태평무'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문화원 우리사위 고미숙 원장.
한편,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는 총격사건 피해자인 고 유영애씨의 아들 로버트 피터슨과 지역 정치인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렸다.

피터슨은 “어머니는 미국 역사 그 자체”라며 “다른 인종 간 결혼이 흔하지 않았던 때에 흑인 미군 병사와 결혼해 저를 낳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제 모친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친구였다. 그러나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표적이 됐다”며 증오범죄 중단을 호소했다.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1주기 추모식에서 고 유영애 씨 아들 로버트 피터슨이 연설을 하고 있다. 애틀랜타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안드레 디킨스 애틀랜타 시장은 “사악한 폭력으로 모든 공동체가 충격을 받았다”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의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도 한인들이 결성한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추모식이 열렸다. 에리카 모리츠구 백악관 아태계 연락 담당관은 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증오범죄 근절 의지를 담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을 전달했다.

분향소에는 한인뿐만 아니라 캐럴린 버도 연방하원의원과 미셸 오 조지아주 상원의원,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헌화하고 묵념했다. 조지아주를 지역구로 둔 존 오소프, 라파엘 워녹 연방상원의원은 영상을 통해 애도의 뜻을 보냈다.

김백규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년 전 충격적인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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