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라두카누, US오픈 테니스 정상…예선부터 무실세트 우승

동갑내기 페르난데스에 2-0 완승…새 '테니스 여제' 후보로

US오픈에서 우승한 라두카누.
에마 라두카누(150위·영국)가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와의 ’10대 대결’에서 승리하며 생애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라두카누는 11일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13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1시간 51분 만에 2002년생 동갑내기 페르난데스를 2-0(6-4 6-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라두카누는 1999년 대회 세리나 윌리엄스(17세 11개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썼다. 또 2004년 윔블던 결승에 올랐던 마리야 샤라포바(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라두카누는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처음으로 예선 통과자가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특히 예선 3경기와 본선 7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월 끝난 윔블던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해 4회전까지 올랐던 라두카누는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새 ‘테니스 여제’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여제’로 여겨졌던 윌리엄스(22위·미국)가 2017년 호주오픈에서 마지막 메이저 단식 우승을 한 뒤 17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12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정상에 서는 등 여자 테니스에서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977년 윔블던에서 버지니아 웨이드(76·은퇴) 이래 44년 만의 일이다. 라두카누는 우승 상금 250만달러를 받아 돈방석에 앉았다. 이전까지 라두카누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은 30만3천376달러로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의 8분의 1도 안 된다. 라두카누의 랭킹은 30위 안쪽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두카누.
3회전에서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 16강에서 안젤리크 케르버(17위·독일)를 연파했고 준준결승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우크라이나),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 등 ‘톱 5’ 선수 가운데 세 명을 제압하고 결승까지 오른 페르난데스는 동갑내기 라두카누를 넘지 못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US오픈에서 22년 만에 성사된 10대 선수 간의 결승 맞대결에서 라두카누가 먼저 웃었다. 고비마다 사이드라인을 따라가는 정교한 샷으로 페르난데스를 괴롭히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라두카누는 2세트 게임 점수 5-2로 앞서나갔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서브 게임을 3차례 듀스 끝에 내줘 아쉬움을 삼켰다.

라두카누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30-40으로 뒤진 상황, 리시브하려고 슬라이딩하다가 왼쪽 무릎이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응급처치 후 다시 코트에 선 라두카누는 흔들리지 않고 2차례 듀스 끝에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라두카누는 호쾌한 서브에이스를 꽂으며 우승을 확정하고는 얼굴을 감싸 쥐며 코트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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