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그날의 외침’…대동정신으로 펼쳐진 5·18 전야제, 하나된 광주 시민들

5·18 민주대행진 참가자들 "잊지 않고 잇겠습니다"

5·18 전야제 펼쳐진 광주 금남로.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는 시민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1980년 5월을 재현한 민주대행진 참가자 3천여명은 선두에 선 오월 풍물단의 풍악 소리에 맞춰 일제히 행진을 시작했다. 우렁찬 북소리에 힘을 얻은 시민들은 지친 기색 없이 광주 수창초등학교에서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까지 1.5㎞ 구간을 걸으며 그날을 기억했다. 행진 도중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은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자 흰머리가 희끗희끗 난 어르신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앳된 얼굴에 교복 차림을 한 여성은 트럭 위에 올라타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시민들도 “오월 정신을 폄훼하는 이들을 몰아내자”고 답하며 추모제의 분위기를 돋웠다.

5·18은 언어와 국적도, 진보와 보수도 뛰어넘었다. 여야 정치권은 이날만큼은 정쟁을 잠시 멈추고 5월 영령을 위해 행진했다. 가족을 잃은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5·18 전야제 행진 이끄는 풍물패.
바다 건너 광주를 찾은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태국 국적인 인권 변호사 야와락 아누판(56)씨는 “이번 추모제에 참석하려고 5일 전 한국에 입국했다”며 “태국은 현재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43년 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을 교훈 삼아 태국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진 대열이 종착지인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 특설무대에 다다르자 대동 정신을 염원하는 이들의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시민들은 5월 정신을 통해 현재의 정의를 실천하자는 주제로 펼쳐진 전야제 공연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5월 항쟁을 기렸다.

43년 전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산화한 시민군 고 이정연 열사가 광주의 시조인 비둘기로 환생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항쟁 당시 고교 3학년이었다는 주모(61)씨는 “행진을 보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른다”며 “꽉 막혔던 한이 풀어지는 듯하다”고 울먹였다.

쌍둥이 자녀에게 5·18을 교육하기 위해 찾은 김은희(42)씨는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은 이 정신을 이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래야 후세에도 이 항쟁이 기억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시간 30분에 걸쳐 전야제 행사는 끝났지만, 시민들은 옛 전남도청 주변을 떠나지 않고 그날의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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