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세상 밖으로…프랑스국립도서관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실물 공개

프랑스 현지서 7월 중순까지 전시…일반 공개는 1973년 이후 처음
아시아 유물로는 유일하게 '구텐베르크 성서' 등과 함께 선보여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올해 4월 12일(현지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 '직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직지심체요절.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반세기 만에 수장고를 나와 전 세계 관람객과 만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에서 직지를 선보인다. 평소 수장고에서 보관하는 직지가 일반 대중에 공개되는 건 약 50년 만이다. 그간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영상 등에서 직지의 모습이 알려진 바 있으나, 일반 관람객에 실물을 공개하는 건 1973년 같은 도서관에서 열린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처음이다.

직지의 정확한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승려인 백운 경한(1298∼1374) 스님이 역대 여러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책으로 고려 우왕 3년(1377)에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세계 인쇄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선 인쇄본이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에 남아있다. 구한말 외교관을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경매를 거쳐 1950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직지)'이 오는 4월 12일부터 7월16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50년 만에 대중에 공개되는 '직지'. 프랑스국립도서관 제공.
인류의 가장 뛰어난 발명으로 꼽히는 인쇄술을 다룬 이번 전시에서 직지는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직지는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 부분에서 볼 수 있는데, 아시아 유물로서는 유일한 전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관이 누리집에서 공개한 전시 소책자에 따르면 전시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版木·인쇄를 위해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나무)인 ‘프로타 판목'(Bois de Protat), 유럽 최초의 활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서’ 등도 함께 나온다. 도서관 측은 직지를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이라고 설명하며 “‘프로타 판목’, ‘직지’, ‘구텐베르크 성서’ 등 중요 소장 자료를 최초로 동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맞춰 직지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려는 행사도 현지에서 열린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13일 문화원 오디토리움에서 직지의 편찬 배경을 짚고 한국 불교의 인쇄 문화유산을 살펴보는 콘퍼런스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사회부장인 범종스님이 강연하며, 고려 불교를 전공하고 직지 불어판을 번역한 야니크 브뤼느통 파리7대학 교수가 통역을 맡는다.
청주시고인쇄박물관 로비에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복원한 직지 활자가 전시돼 있다.
이달 18일에는 ‘직지, 활자의 시간여행’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열며 연출을 맡은 제롬 세실 오프레 감독, 프랑스국립도서관 동양 고문서 부서 로랑 헤리셰 총괄 책임관 등과 함께 직지의 의미와 가치를 논할 예정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전시가 우리 금속 인쇄술의 우수성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활자본색’ 책을 펴낸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서양에서 구텐베르크 성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보다 먼저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를 인정하고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서지학자인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인쇄술은 지식과 정보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핵심”이라며 “이를 가능케 한 원천인 금속활자 인쇄 기술을 한국이 보유하고 활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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