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첫골 떠올린 손흥민 “덜덜덜덜 떨면서도 잘하고 싶었다”

"지금 선수들은 좀 달라…부족한 점 보이면 고쳐주고파" 배준호에겐 "재능있는 훌륭한 선수"…과도한 관심은 자제 당부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A매치 50골 고지를 앞두고 ‘시작’을 돌아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마지막 6차전을 치른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49골을 기록 중이다.

중국전에서 2골을 더 넣으면 A매치 역대 최다골 2위(50골)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만들 수 있는 기록은 또 있다.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126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중국전에 출전하면 이영표와 함께 역대 A매치 출전 공동 4위(127경기)로 올라서게 된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하루 앞둔 1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록을 가지고 계신 분들, 그 기록을 깨려는 현역 선수들 모두 대단하다”면서 “내 이름이 거론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이어 “대표팀이라는 모두가 꿈꾸던 곳을 노력해서 얻어냈지만, 얻어내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면서 “나라를 대표해 뛴다는 건, 몸 하나 바쳐도 부족하다. 이런 (득점·출전) 기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승리를 위해 골을 넣는 것에 더해 동료들을 챙기는 것도 ‘캡틴’ 손흥민의 임무다. 싱가포르와의 5차전에서 손흥민이 데뷔전에 나선 후배들을 도우려는 모습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인도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 장면도 ‘소환’됐다.

한 기자가 “당시 박지성 선수가 손흥민 선수에게 열심히 찔러준 장면이 화제가 됐다”면서 당시 상황이 어떻게 기억에 남아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손흥민은 “지성이 형이 그랬나요?”라며 키득키득 웃은 뒤 “당시 지성이 형과 같이 공을 찰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진짜 도움이 엄청 많이 됐던 것 같다. 몇 시에 자는지, 뭘 먹는지 등등 많은 게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정말 ‘덜덜덜덜’ 떨면서 경기를 했던 것 같다”면서 “그 상황 속에서 더 잘하고 싶었다”면서 “조 1위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골 넣고 (이)영표 형이 공 가져오라고 소리 질렀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금 선수들 보면 좀 다르다”면서 “난 이곳까지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어린 선수들이 행복한 축구를 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점들이 보이면 고쳐주고 싶다. 그런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그 역할을 하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 자리를 조금 더 신중하게 느낄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은 또 “대표팀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면서 “데뷔할 때부터 선배님들이 너무나도 (모범을) 잘 보여주셨다. 이걸 나도 잘 이어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신성’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성장도 진심으로 응원했다. 손흥민은 “막내 배준호는 너무나도 재능 있는 선수다. 능력적으로도 훌륭하다”며 “플레이에서도 내가 따로 지적할 게 없다”고 전도유망한 후배의 등장을 반겼다. 배준호를 아끼는 마음만큼 배준호에 대한 걱정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손흥민은 “많은 관심을 받던 어린 친구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지는 걸 현실적으로 많이 봤다”며 대표팀 내 불화설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인 선수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내가 ‘성장하는 걸 그냥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는 손흥민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부분이 잘 조절됐으면 좋겠다”며 유망한 선수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같은 한 편이지 않나. 대한민국 축구가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며 “선수의 성장을 주변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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