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풋볼(NFL) 당대 최고의 쿼터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록의 사나이‘ 드루 브리스(42·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은퇴를 발표했다.
브리스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마지막 그 순간까지 세인츠 구단과 위대한 도시 뉴올리언스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며 “우리가 함께한 놀라운 순간들은 우리들 심장과 영혼 속에서 우리의 일부분으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브리스의 은퇴 발표에는 네 자녀도 동참했다. 브리스의 3남 1녀는 동영상에서 아버지의 등번호인 9번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가 마침내 우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뉴올리언스에서만 15시즌을 뛰는 등 NFL에서 총 20시즌 동안 활약한 브리스는 NFL 역대 패싱야드 1위 기록(8만358야드)을 보유한 레전드 쿼터백이다. 그 뒤를 만 44세의 톰 브래디(7만9천204야드·탬파베이 버커니어스)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브리스의 은퇴로 브래디는 다음 시즌 역대 패싱야드 1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NFL 역대 터치다운 패스 순위는 반대다. 브래디(581개)가 1위, 브리스(571개)가 2위다. 브리스는 역대 패스 성공률에서도 67.2%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브리스는 키가 183㎝로 쿼터백치고는 작은 편이다. 왜소한 체격의 그에게 고교 졸업 뒤 영입을 제안한 대학은 고작 두 곳뿐이었다. 퍼듀대에서 기록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번에도 그는 단신 쿼터백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 속에 2001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밀려났다.
브리스는 자신을 지명한 샌디에이고 차저스(현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에서 2002년부터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했고, 2004년에는 올스타 격인 프로볼에 선정됐다. 하지만 브리스는 2005년 오른쪽 어깨 회전근이 끊어지는, 쿼터백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샌디에이고는 브리스를 포기했다. 결국 브리스는 샌디에이고를 떠나 2006년 뉴올리언스로 이적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스가 쑥대밭이 된 이듬해였다.
브리스는 카트리나로 초토화된 뉴올리언스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도시 복구 작업에 앞장서서 팔을 걷어붙였다. 절망에 빠져 있는 뉴올리언스 주민들에게 슈퍼볼 우승을 약속했고, 결국 2010년 2월 슈퍼볼에서 그 약속을 지켜냈다.
브리스는 지금도 자선 재단을 통해 뉴올리언스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적인 면에서도 뉴올리언스에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브리스는 선발 쿼터백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정규시즌 172승 114패, 포스트시즌 9승 9패를 기록했다.
뉴올리언스에서 보낸 15년 동안의 개인 통산 성적은 142승 86패(정규시즌), 9승 8패(포스트시즌)였다. 지금까지 NFL 역사에 한 시즌 5천 패싱야드가 나온 것은 겨우 12번이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5번을 브리스 혼자 만들어냈다. 2번 이상 달성한 선수도 브리스가 유일하다.
다만 브리스는 단 한 번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는 오르지 못했다. MVP 투표 2위만 4차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