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LIV 골프 전격 합병…거액 챙긴 LIV 선수들이 ‘승자’

각종 소송도 모두 취하, ‘원수’ 사이에서 ‘동업자’로 돌변

LIV 골프 소속 선수들. 사진 LIV 골프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출범 1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합병한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6일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 세 단체는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새 법인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쟁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첫 대회를 연 LIV 골프는 PGA 투어, DP 월드투어와 손잡고 한배를 타게 됐다.

지난해 6월 LIV 골프 출범을 전후해 LIV 골프와 PGA 투어는 엄청난 대립 양상을 보였다. PGA 투어 소속 주요 선수들을 LIV 골프가 빼가면서 PGA 투어는 LIV로 넘어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또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등 주요 남자 골프 대항전에도 LIV 골프 이적 선수들을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이번 전격 합의로 PGA 투어와 LIV 골프가 ‘원수’에서 ‘동업자’로 변신하면서 양분했던 세계 남자 골프계는 다시 하나로 합쳐질 전망이다.

PGA 투어와 LIV 골프는 그동안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PGA 투어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와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그동안 LIV로 이적한 선수들을 ‘배신자’ 또는 ‘악마’처럼 묘사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사실을 떠올리면 이날 합의는 파격적이다.

우선 당장 PGA 투어와 LIV 골프의 올해 남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 단체는 “PIF가 새로운 법인의 성장과 성공을 촉진하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 예정”이라며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새 법인은 사업을 성장시키고, 더 많은 팬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LIV 출범과 함께 LIV로 넘어갔던 선수들이 ‘최종 승자’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LIV로 이적하며 거액을 챙겼고, 불과 1년여 만에 PGA 투어와 LIV 골프가 사실상 합병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년간 세계 랭킹 포인트를 얻지 못해 세계 랭킹이 다소 떨어진 것이 LIV 이적에 따른 거의 유일한 손해였다.

3개 기관은 “2023시즌 종료 후 PGA 투어 또는 DP 월드투어 회원 자격 재신청을 희망하는 선수들을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협력하겠다”고 밝혀 LIV로 떠났던 선수들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최근 2년간 혼란을 겪은 이후 오늘은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골프의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 혁신적인 파트너십은 DP 월드투어, LIV와 결합을 통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직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년 10월 설립된 LIV 골프 역시 PIF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가 양분하던 세계 남자 골프계에 갑자기 등장, 이번 합의로 사실상 또 다른 한 축이 됐다는 점에서 2년 가까이 끌어온 PGA 투어와 전쟁에서 승리한 셈이 됐다.

PGA 투어와 LIV 골프, DP 월드투어는 “세부적인 내용들은 정해지는 대로 다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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