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자이언츠 1루 코치 내킨…여성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MLB 그라운드 밟아

내킨 어시스턴트 코치, 퇴장당한 1루 코치 대신 그라운드 등장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누군가는 해낼 수도 있다"

여성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얼리사 내킨 코치.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얼리사 내킨(3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코치가 여성 지도자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그라운드’에 서는 새 역사를 썼다. AP통신과 MLB닷컴 등 주요 언론은 12일 “내킨이 1루 코치로 나서는 순간,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고 전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3회초 더그아웃에 있던 안토안 리처드슨 1루 코치가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3루 코치와 언쟁을 벌인 뒤 퇴장당하자 케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3회말 내킨 어시스턴트 코치를 1루 코치 박스로 내보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코치가 정식 경기 중 그라운드 안에 발을 들인 장면이었다. 관중도 선수도,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 내킨 코치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AP통신은 “리처드슨 코치의 대체자로 내킨 코치가 호명되자 관중들이 따뜻한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1루수 에릭 호스머도 내킨 코치에게 악수를 청했다. 3회말 공격이 끝난 뒤 내킨 코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샌프란시스코 포수 커트 카살리는 가벼운 포옹을 했다.

경기 뒤 내킨 코치는 AP통신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나는 꾸준히 1루 코치 훈련을 했다. 실제로 그 역할을 할 기회가 왔다”며 “우리는 매일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자 그라운드에 선다. 오늘 나는 조금 더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장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린 곳’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이 ‘이 정도가 끝’이라고 자신의 한계를 정한다. 하지만 내가 메이저리그 코치가 된 것처럼,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누군가는 해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얼리사 내킨 코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대린 러프 선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고교와 대학 시절 소프트볼 선수로 뛴 내킨 코치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 구단 운영부에 합류해 건강 관련 업무, 신인 지명, 선수 개발 직무 등을 6년간 수행했다. 2020년 1월에는 샌프란시스코 메이저리그 팀 코치로 합류했다. 여성이 메이저리그 팀 정식 코치로 임명된 첫 사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졌던 2020년, 내킨 코치는 7월 2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연습경기 중 1루 코치로 출전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내킨 코치는 “1루 코치 박스는 경기를 관람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농담하며 “메이저리그 코치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2년 4월 13일, 내킨 코치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선 여성 코치’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유리 천장을 깨는 여성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2020년 11월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킴응을 여성 단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1월에는 뉴욕 양키스가 레이철 볼코벡 전 타격 코치를 마이너리그 싱글 A팀 탬파 타폰즈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볼코벡 감독은 미국프로야구 최초의 여성 감독이다.

2021년 1월 비앙카 스미스를 포트마이어스 훈련 시설 타격코치로 고용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올해 1월 케이티 크랠을 마이너리그 더블A 포틀랜드 시독스 육성 코치로 선임하며 두 명 이상의 여자 코치를 동시에 보유하는 최초의 기록을 썼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정식 고용된 여성 지도자’인 내킨 코치도 높고 두꺼웠던 장벽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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