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공식 취임…창단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 공개 예정
“미국에서 다민족,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요. 제가 아시아 출신 여성이라 주목받기도 했지만, 전 여기에서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해요. 성별과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균등한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인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의 음악감독으로 8월 1일 공식 취임하는 지휘자 김은선(41)은 향후 5년간 이끌 이 악단의 방향성에 관해 이렇게 밝혔다.
김은선은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 백인, 남성 작곡가들 작품이 주로 부각된 측면이 있는데 공연 측면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작곡가들 작품을 올리려 한다“며 “평소 회의에서도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중국 작곡가의 작품을 공연하면서는 ‘아시아 커뮤니티를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며 “중국 오페라를 한다고 해서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꼭 보러 가지 않는다. 이런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식 출근은 8월부터지만, 음악감독 발표 시점인 2019년 12월부터 이 오페라단과 일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열리지 않은 약 1년 반 동안 오페라단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김은선은 “이 오페라단 시스템에 관해 전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은 시간이었다. 음악감독의 정식 임기는 5년이지만 1년 반을 추가로 더 일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새 시즌 준비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오페라의 시즌 개막작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로, 9월 5일까지 진행된다. 9월 10일엔 갈라 공연 ‘라이브 인 앤 인 콘서트: 더 홈커밍‘도 예정돼 있다. 김은선이 이 오페라단에 데뷔한 2019년 호흡을 맞춘 소프라노 레이철 윌리스 쇠렌센, 메조소프라노 제이미 바턴과 함께 꾸미는 무대다.
그는 “메이저리그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도 생중계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전광판을 통해 공연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선은 “직책을 맡을수록 내 예술적인 이상을 어떻게 좇아야 할지 부담은 있다“면서도 “내게 주는 스트레스 같은 건데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은 낙천적인 성격이라 큰 걱정은 없다고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오페라단에서의 도전적인 과제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더니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대신 베르디와 바그너의 작품을 긴 호흡 속에서 무대에 올릴 것이고, 2년 뒤 맞는 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이 오페라단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공개할 거란 포부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온라인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면 공연장을 자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선은 올해 1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푸치니의 ‘라보엠‘ 개막 공연으로 데뷔하는 등 하반기 굵직한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오를 예정이다. 물론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도 병행할 계획이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직 한국에서는 연주하지 못했어요. 좋은 기회에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요.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오페라를 이끌고 한국에 공연하러 가는 것도 한번 추진해보려고요.”(웃음)
Bay News Lab /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