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명문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로웰(Lowell) 고등학교가 선발이 아닌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다.
로웰 고등학교가 소속된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SFUSD)의 정책을 관할하는 교육위원회는 9일 온라인 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로웰 고등학교에 대한 입학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입시요강을 일시적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뒤 올해 영구적으로 추첨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로웰 고등학교는 중학교 성적 등을 고려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왔고, 스탠포드, 버클리는 물론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들에도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킨 명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미 전역에서도 매년 학교순위에서도 100위 안에 포함돼 왔다.
하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의 입학비율이 매년 50%가 넘으며 타민족 커뮤니티로부터 지속적인 입학제도 변경 압박을 받아왔다. 현재 로웰고의 구성 비율을 보면 아시아계 학생이 51%, 백인 18% 히스패닉 11.5%, 흑인 2%다.
특히 교육구내 히스패닉과 흑인 학생 비율이 각각 32%와 8%인 것에 비해 로엘고의 비율은 현저히 낮아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반발이 컸다. 이를 증명하듯 7명의 교육위원 중 위원장인 가브리엘라 로페즈와 마크 산체즈, 파우가 몰리가 등 히스패닉계 교육위원들은 입시제도 변경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유일한 아시아계 위원인 제니 램과 지난해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흑인계 케빈 보게스 만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입시제도 변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입시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교육위원들은 ‘학교내 만연한 체계적인 인종 차별‘과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 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명문 학교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며 히스패닉을 포함한 타민족 구성원들에게는 입학 자체가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되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버린 것이다. 교육구내에서 가장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들을 자랑하는 학교를 아시아계 학생들이 점유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위원들은 코로나를 계기 삼아 로웰고 입시제도를 전면 교체하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 교육위원들은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날 교육위원회의 결정으로 로웰고는 교육구내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됐다. 교육구내 고등학교는 모두 25개다.
한편, 로웰고 입시제도 변경이 알려지자 아시아계 커뮤니티 내에서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로웰고등학교는 미 서부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서부개척기인 1856년 설립됐다. 최초 학교 이름은 유니언 그래머 스쿨(Union Grammar School)이다. 1900년도 초기 헤이스와 매소닉가 캠퍼스를 거쳐 현재는 레이크 머세드 인근 유킬립투스 캠퍼스에서 운영중이다. 유명한 동문으로는 미국에 첫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앨버트 에이브러햄 미컬슨과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릭 앨린 코넬,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얼랭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에드먼드 브라운, 예일대 총장을 역임한 리차드 레빈 등이 있다.
Bay News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