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폐쇄에 실리콘밸리 불안 확산…줄도산·급여 미지급 우려

40년간 미 신생기업 자금줄…예치금 25만 달러까지만 보호
"리먼 브러더스 기억 떠올라"…"월요일엔 해고가 있을 수도"

실리콘밸리은행, 자료사진.
미국 금융당국이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하면서 스타트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 전역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SVB는 그동안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10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SVB는 이날 폐쇄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예금 지급 업무를 맡게 됐다. SVB와의 거래는 중단됐고, 오는 13일 FDIC 감독 아래에서 재개된다. FDIC는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새 은행을 설립해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전할 예정이어서 SVB는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는 SVB 폐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중추인데, SVB는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2009년 후 2천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이런 까닭에 재무 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은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서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인 리파이버드의 CEO인 사리카 바자즈는 “3년간 SVB 고객이었고 회사 자금 대부분을 보관했다”며 “돈을 빼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고 전액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자는 “SVB의 자금 동결은 이 은행에 돈을 태운 스타트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SVB와 거래해 온 스타트업은 당장 도래하는 급여 지급일을 맞출 수 있을 지 우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2주 단위로 급여를 지급한다. 급여 서비스 제공업체인 리플링은 이날 고객들에게 “SVB가 그동안 급여 지급 프로세스를 지원해 왔는데, 일부 급여 처리가 중단됐다”고 통보했다.

투자 회사인 리퀴드 스톡의 창립 파트너인 그레그 마틴은 “기술 회사의 절반 이상이 현금 대부분을 SVB에 보관하고 있다”며 “”수만 명이 다음 주에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사회가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매우 민감하다”며 “늦어도 월요일에는 해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날 SVB의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벤처 캐피털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SVB로부터 자금 인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샌프란시스코의 VC 회사인 페어 VC는 지난 9일 “여러분 모두가 보고 있듯이 SVB의 상황을 고려해 SVB에 예치된 현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니언스퀘어벤처는 창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VB 예금 계좌에 최대 25만달러만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12월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약 2천90억 달러, 총예치금은 1천754억 달러에 이른다. AP 통신에 따르면 SVB는 미국 전체 은행 가운데 자산 기준 16번째에 해당한다.

SVB의 대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는 “SVB가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모든 것이 좋다’고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 비슷하게 행동했던 리먼 브러더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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