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날’ 미국기념일로…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김치 결의안’ 이례적 채택

본회의서 표결없이 발표 예정…이후 의사당서 김치의 날 기념식 개최
하원 당초 “외국 음식 기념일 전례 없다” 난색…여야 지도부 설득해 성공

지난해 12월 6일 워싱턴DC 연방의회도서관에서 열린 '김치 데이' 행사 모습. 자료사진.
미국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공식 기념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관장 김민선)에 따르면 미국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는 김치의 날 결의안(HR 280)을 오는 12월 6일 본회의에 올려 채택하기로 했다. 연방 정부의 다양한 업무를 조사·감독하는 감독위원회는 정부의 공휴일과 기념일에 대한 안건도 관장한다.

김치의 날 기념 결의안은 표결 없이 한국계인 공화당 소속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이 본회의에서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채택된다. 김 의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4명이 참여한 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치의 날을 미국 연방 차원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은 지난해 처음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김 의원과 함께 초안 작성부터 개별 의원 설득까지 결의안 채택 작업을 주도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은 “양당 지도부가 한인 사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표결없이 채택되도록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발표할 이 결의안에는 김치가 유산균과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한국의 전통 식품이고, 최근 미국에서 한국계가 아닌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올해가 한인 미주 이민 120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이고, 한인사회가 미국에 다양한 공헌을 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앞서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뉴욕 등 미국의 일부 주가 김치의 날을 기념일로 선포했지만, 미국 연방 차원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도록 의회가 결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치의 날 기념일로 지정된 11월 22일은 한국김치협회가 선포한 김치의 날로, 한국에선 2020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한인이민사박물관은 김치의 날 결의안 채택에 맞춰 12월 6일 워싱턴 DC 연방의사당 레이번 빌딩 캐넌 코커스룸에서 김치의 날 제정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미 의회 소식통은 “미 의회에서 채택하는 결의안의 경우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상원 또는 하원 한 곳에서만 의결돼도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 하원에 제출된 '김치의 날 결의안(HR 280)'.
한편, 미국 하원이 연방 정부차원에서 ‘김치의 날’을 기념하기로 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 초안 작성부터 정치권 설득 작업을 주도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MOKAH·관장 김민선)은 25일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겪은 난관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기념하자는 움직임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됐다.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은 당시 하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중진 캐럴린 멀로니 전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내세워 결의안을 처음 제출했다. 그러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의된 이 결의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올해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의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의 대표 발의로 결의안이 다시 제출됐지만, 연방 정부의 기념일과 관련한 법안을 관장하는 하원 감독위원회가 난색을 보였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등 개별 주 차원에서 외국의 전통 음식을 기념하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외국 음식을 기념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김 의원과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은 결의안에 한미동맹에 대한 부분을 좀 더 강조한 뒤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수정된 결의안에는 “2023년은 미국에 첫 한국인 이민자가 온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고, 한미동맹 70주년이다”라고 적시됐다. 또한 “미국에서 활발하게 성장하는 한인공동체는 과학과 법률, 경제, 예술 등 많은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치라는 음식뿐 아니라 한미동맹과 한인사회까지 언급한 결의안 내용에 결국 양당 지도부도 ‘OK’ 사인을 냈다는 것이 김민선 이민사박물관장의 전언이다.

또한 표결도 못하고 폐기된 지난해 첫 결의안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결의안을 조속히 채택해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결국 하원에선 ‘당과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굳이 김치의 날 결의안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양당 지도부의 의견이 모아지자 감독위도 표결 없이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채택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이다.

뉴욕한인회장 출신인 김 관장은 “미국 연방 정부가 한인사회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게 된 것은 한인 이민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재외동포의 한사람으로서 김치 문화를 다민족 국가인 미국 사회에 새로문 문화로 정착시키는 발판이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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