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한인에게 증오 섞인 내용의 협박 편지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미 ABC7, CBS LA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실 비치의 실버타운 ‘레저월드‘에 사는 82세 한인 여성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83세 남편의 장례식날이었던 지난 19일 발신인이 확인되지 않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자필로 작성된 이 편지에는 “그가 죽었으니 레저월드에서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아시아인 한 명이 줄었다. 조심해라! 짐 싸서 당신이 속한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이 담겨 있었다.
딸 클라우디아 최씨는 “남편을 잃은 여성을 겨냥했다. 역겹다“면서 “편지가 장례식날 배달됐다. 너무 잔인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부는 미국 한인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자식 넷을 키웠으며, 약 10년 전부터 레저월드에서 생활해왔다.
최씨는 레저월드 내부에 있는 사람이 이 편지를 보낸 것 같다면서 “더 화나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과 증오심은 비난받아야 한다. 길거리에서 폭행이 발생할 때뿐만 아니라 이웃이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아시아인 관련 농담을 하면 즉시 항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작은 일들이 큰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필적 감정과 지문 분석으로 발신인을 찾을 것이라면서 “누구를 겨냥한 것이든 증오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저월드는 성명을 내고 “이런 악의적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는 인종 평등과 사회적 정의라는 우리의 핵심 가치를 위협한다“며 편지를 보낸 사람이 내부 거주자로 밝혀지면 내보내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0대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4명 등 아시아인 6명과 백인 두 명이 살해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