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투자 돈줄도 급감…벤처캐피털 자금 모집 9년만에 최소

고금리로 인한 경기둔화 등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면서 작년 4분기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금 모집액이 9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20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데이터 회사 프리킨 자료를 인용해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작년 4분기 206억 달러의 신규 투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5% 줄어든 수치이며 4분기 기준으로 2013년 이후 9년 만의 최소치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못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4분기 자금 조달 규모가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출자자(LP)들은 작년 4분기 226개 벤처캐피털 펀드에 투자했는데, 이 또한 2012년 이후 4분기 기준 최소였다. 기술주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4분기에는 출자자들이 벤처캐피털 펀드 620개에 투자했다.

지난 10년간 연기금, 대학 기금, 패밀리오피스들은 벤처업계가 다른 자산의 수익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벤처 펀드에 현금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거품 낀 환경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모금 속도를 높였고, 월가 투자회사 규모에 필적하는 수십억 달러의 펀드를 만들었다.

지난해 기술주 매도세에도 기술 벤처의 장기적인 잠재력에 대한 낙관론으로 이 같은 벤처 투자 수요는 계속됐으나, 결국 경기 둔화에 의해 꺾였다고 WSJ은 진단했다.

IT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투자 기업이 별로 없는 데다 투자 기업들의 기업가치 하락,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직면해 투자 속도를 늦췄다. 이는 출자자들에게는 새로운 자금을 지원할 기회와 기존 투자금에 대한 회수액이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또 수년간 스타트업의 IPO가 줄면서 출자자들이 스타트업 펀드에 재투자하는 현금의 중요한 근원도 고갈됐다. 벤처캐피털은 일반적으로 새로 상장한 기업의 주식을 펀드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투자자들은 이를 매각해서 받은 현금으로 다시 새로운 펀드에 투자한다. 이 같은 시장 환경 때문에 벤처캐피털들은 올해 자금 조달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투자회사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최근 신규 벤처 펀드 자금 유치 목표액을 기존 6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낮췄다.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해도 이 회사가 2021년 말∼2022년 초 조성했던 마지막 펀드인 127억 달러 규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사모펀드 운용사 해밀턴 레인의 미겔 루이나 상무이사는 “출자자들은 더 신중해졌다”며 “투자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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