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힘 실리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연준 인사 "지난달 FOMC 이후 국채금리 상승, 기준금리 0.25%p 인상과 맞먹어"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고수해온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최근의 채권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준의 역사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0.2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공격적으로 인상, 지난 7월 22년 만에 최고인 5.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대출 비용 인상을 통해 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을 둔화시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 남아있는 두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매파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20일 FOMC 회의 당시 4.3%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이달 6일 4.8852%까지 찍었다가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 4.654%로 내려온 상태다.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갈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연준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의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에는 경제 여건이나 연준의 경기 전망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우려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물보다 장기물 금리가 더 높아지는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올해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이 있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9일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로건 총재는 기간 프리미엄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7월 말 이후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의 최소 절반은 기간 프리미엄 상승을 반영한다고 봤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높은 채권금리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을 인식할 것”이라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중도파로 평가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5일 “미 국채 금리가 현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국채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약 0.25%포인트 인상과 맞먹는다는 게 데일리 총재 판단이다.

웰링턴 자산운용의 브리즈 쿠라나는 지난해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으며 이는 시장에서 경기침체로 기준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주 사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채 장기물 금리가 오르고 있다면서,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하면 연준은 다음 달 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12월 13일 FOMC에서 금리를 결정할 때까지 경제 상황 전개를 지켜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이를 명시적으로 밝힐 가능성은 작으며, 향후 선택지를 남겨두기 위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 비율이 일주일 전 28.2%에서 14.6%로 내려갔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일주일 전 46.7%에서 28.4%로 낮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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