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시의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결의안’ 부결시켜…주민들 ‘아쉬움’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이 상정한 결의안
통과 위한 5명 찬성 얻지 못해 부결돼
시의원 4명만 찬성…시장 등 5명 기권
일본계 주민 “일본 정부 로비 때문” 주장

버클리 시의회 모임에 참석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주민 및 운동가들. 왼쪽이 결의안을 상정한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 그 옆이 결의안에 찬성한 벤 바틀렛 시의원.
버클리 시의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버클리 시의회는 지난 7월 11일 버클리 교육구 이사회 회의실에서 열린 7월 정기 시의회 모임에서 버클리 4지구 시의원인 케이트 해리슨이 상정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요청 결의안(Resolution Opposing Tokyo Electric Power Company and the Government of Japan’s Planned Discharge of Wastewater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into the Pacific Ocean)’을 부결시켰다.

결의안을 상정한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일본정부가 태평양으로 방류하려 한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태평양에 인접한 베이 지역을 비롯해 지구 환경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의안 상정 배경을 설명했다.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은 이어 “오염수 방류를 위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 정부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대한 적절한 이해 없이 행동하고 있다”며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처리돼 환경적 위험이나 건강상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과학자들과 해양생물학자, 해양오염 전문가들은 오염수 처리과정에 사용된 여과시스템으로는 방사능을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결의안 상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결의안에 찬성한 벤 바틀렛 시의원이 찬성 이유를 밝히고 있다.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은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버클리 시의회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결의안을 채택해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일본정부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오염수 방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동료 시의원들에게 결의안 통과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이 상정한 결의안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다이앤 파인슈타인 연방 상원의원, 알렉스 파딜라 연방 상원의원, 바바라 리 연방 하원의원 등에게 버클리 시의회 명의의 서한을 보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중단하도록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의안 전문은 온라인(https://berkeleyca.gov/sites/default/files/documents/2023-07-11%20Item%2029%20Resolution%20Opposing%20Tokyo%20Electric.pdf)을 통해 볼 수 있다.

결의안이 상정된 후 표결에 앞서 시의회 모임에 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참석한 버클리 주민과 ‘반핵운동위원회(No Nukes Action Committee)’ 소속 운동가 등 50여 명이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시의원들에게 방사능 방류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다양한 자료와 근거를 들어 설명하며 결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휠체어를 탄 일본계 주민이 자유발언을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지 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온 낸시 포스터 씨가 시의원들에게 결의안 통과를 요청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자신을 24살이라고 밝힌 데스리 맥길 양은 “방사능 오염은 미래세대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버클리에서 결의안을 통해 오염수 방류의 부당함을 일본정부에 알려달라”고 말했으며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지 못하도록 하라(Don’t Dump Nukes int the Pacific Ocean)’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온 낸시 포스터 씨는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계 주민인 츠쿠루 포스 씨는 “일본정부가 안전이 확이되지 않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며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참관인들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캘리포니아 해안가에서도 방사능이 검출 되는 등 베이 지역도 안전하지 않다”,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베이 지역을 포함한 태평양에서 서핑과 해수욕을 할 수 없게 된다” 등 다양한 근거를 들어 결의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7월 11일 열린 버클리 시의회 모임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시의회 결의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고 있다. 가운데 앉은 사람이 버클리 시장인 제시 아레귄.
하지만 이날 결의안은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시장과 8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된 시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5명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케이트 해리슨 시의원을 비롯해 4명의 시의원만 찬성표를 던져 결의안은 부결됐다. 제시 아레귄 버클리 시장을 비롯한 4명의 시의원은 기권했다. 결의안 통과에 찬성한 시의원은 케이트 해리슨(4지구), 테리 탭린(2지구), 벤 바틀렛(3지구), 소피 한(5지구) 의원 등 4명이다. 기권한 시의원은 제시 아레귄 시장, 라쉬 케사와니(1지구), 수잔 웽라프(6지구), 라이젤 로빈슨(7지구), 마크 험버트(8지구) 등이다.

결의안이 부결되자 시의회에 참석했던 주민들과 반핵운동위원회 소속 운동가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츠쿠루 포스 씨는 “너무 실망스럽다. 정말 통과되길 바랐는데, 결과가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 반핵운동위원회 소속 운동가는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일본 정부의 로비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오늘 시의회 모임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일본 총영사관 영사들이 시의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로비에 나선 일본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놓기도 했다. 한 버클리 주민은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버클리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결의안이 다시 상정돼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의회 모임에 참석한 일본계 주민들로 구성된 반핵운동위원회 소속 운동가들은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펼쳐나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기자가 한인 커뮤니티에서 왔다고 말하자 매월 11일 샌프란시스코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펼친다며 한인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집회 등 반핵운동위원회 활동은 홈페이지(https://nonukesaction.wordpres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정현 기자 /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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