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신인왕 경쟁’ 펼쳐진 LPGA 메디힐 챔피언십…김아림 재도약 발판 마련

김아림, ‘6년 연속 한국선수 신인왕’ 대기록 이어갈까
타바타나킷, 매과이어, 카스트렌, 발렌수엘라 등 경쟁자 쟁쟁
베이 지역 출신 예리미 노 선수도 신인왕 경쟁 참여

2021 LPGA 메디힐 챔피언십 공동 13위에 오른 김아림 선수.
베이 지역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LPGA 투어 토너먼트인 메디힐 챔피언십이 13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일주일 앞서 US여자오픈 골프대회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며 2주 연속 골프 여제들의 대결이 펼쳐졌다.

두 대회 우승자는 모두 신예들이다. US여자오픈 골프대회를 우승한 필리핀의 유카 사소는 만 19세 11개월 17일 만에 우승하며 박인비가 세운 최연소 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은 신예의 몫이었다. 마틸다 카스트렌은 마지막 라운드에서만 7언더파를 몰아치며 조국 핀란드에 첫번째 LPGA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두 대회 모두 여자골프 탑 랭커들인 고진영(메디힐 챔피언십은 불참), 박인비, 김세영, 대니엘 강, 렉시 톰슨, 김효주, 리디아 고 등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지만 새로운 신예들의 돌풍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특히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는 신인왕을 노리는 루키들의 대결이 어느때보다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대회 첫날 먼저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일랜드 출신의 레오나 매과이어다. 9개의 버디와 2개의 보기로 7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1위로 부상했다. 2라운드에는 대니엘 강의 선전으로 공동 2위로 내려서긴 했지만 여전히 우승을 점칠 수 있는 성적을 보였다.
2021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틸다 카스트렌
3라운드에는 핀란드 출신의 마틸다 카스트렌이 돋보였다. 3언더파를 추가하며 합계 7언더파로 대만의 리민 선수에 두 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카스트렌 선수는 3라운드를 발판 삼아 4라운드에서 무려 7타를 줄이며 14언더파로 우승하게 된다. 3라운드에서는 한국의 김아림 선수도 3언더파를 기록하며 합계 6언더파로 공동 4위까지 올랐다.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순위다. 김아림도 지난해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며 올해 LPGA투어에 진출해 신인왕을 노리고 있다.

3라운드에서 김아림 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베이 지역 출신 예리미 노 선수도 이날 4언더파를 기록했다. 예리미 노 선수는 지난해 투어에 합류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투어가 줄줄이 연기되며 올해도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13일 현재 신인왕 경쟁에서 김아림 선수에 한 단계 앞선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아림(가운데) 선수가 LPGA 메디힐 챔피언십 4라운드 도중 같은조에 속한 알바네 발렌수엘라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PGA제공.
골프 코스에는 이 선수들만 있는게 아니었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수퍼루키’로 주목을 받고 있는 태국 출신 패티 타바타나킷과 함께 스위스 출신으로 미셸 위 웨스트의 스탠퍼드대 후배인 알바네 발렌수엘라 선수도 열띤 경쟁을 펼쳤다. 타바타나킷은 이번 대회에서는 4언더파 벽을 넘지 못하고 공동 21위를 기록했고, 발렌수엘라 선수는 7언더파로 마지막날 김아림과 함께 챔피언 조 바로 앞팀에서 플레이를 했지만 이날 하루에만 9오퍼바로 최종합계 2오퍼바 290타를 기록,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그동안 LPGA신인왕은 한국의 독차지였다. 2001년 한희원을 시작으로 2004년 안시현, 2006년 이선화, 2009년 신지애, 2011년 서희경, 2012년 유소연 등이 신인상을 받았다. 2015년 김세영부터는 한국의 독무대였다. 김세영의 뒤를 이어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까지 5년 연속 신인왕은 한국 선수의 독차지가 됐다. 그 뒤를 이을 가장 유망한 선수가 김아림이다.
김아림 선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LPGA 진출을 선언했다. 충분할 만큼 준비가 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간이다.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36위까지 오르긴 했지만 올해 개최된 7번의 대회 중 컷을 통과한 대회는 4월 열린 롯데 챔피언십과 휴젤-에어 프레미아 LA오픈, 그리고 메디힐 챔피언십까지 세번 뿐이다.

그럼에도 김아림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장타자로 유명했던 김아림은 LPGA에서도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81.92야드로 장타부문 2위에 올라있다.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도 기록원들이 놀랄 정도로 파워를 과시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태국의 장타자인 패티 타바타나킷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김아림(오른쪽) 선수가 LPGA 메디힐 챔피언십 대회 3라운드 중 응원나온 친 언니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PGA제공.
다만 드라이버 정확도가 149위에 머물러 있고, 벙커에서의 세이브 능력도 37.50%로 94위에, 평균 퍼팅수도 30.29개로 68위에 쳐저 있는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장타를 보유한 만큼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정교함만 갈고 닦는다면 신인왕은 물론 LPGA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충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록으로 남지는 않지만 김아림 선수가 가지고 있는 성격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한다. 대회장에서 만난 LPGA관계자는 김아림 선수가 아직은 영어가 서툴긴 하지만 선수들과 스태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기대감을 갖게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런 태도는 경기중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에도 환하게 웃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속된 보기로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연이어 버디를 만들어 내며 최선을 다해 성적을 끌어올렸다. 마지막 날 같은 조에서 함께 경쟁을 펼쳤던 알바네 발렌수엘라 선수와는 대조적이었다.

김아림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치며 두 대회 연속 컷 탈락의 아픔을 딛고 다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베이 지역 콩코드 출신인 예리미 노 선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을 쏘아올렸다.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13위로 메디힐 챔피언십을 마친 것. 예리미 노 선수는 지난해 투어에 데뷔한 이래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25번 대회에 출전해 23번 예선을 통과했다. 컷 통과를 하지 못한 대회는 지난 주 열린 US여자오픈과 지난해 8월 열린 마라톤 클래식 등 단 2번뿐이다.

예리미 노 선수도 175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를 가지고 있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70야드에 육박한다. 김아림 선수 만큼은 아니지만 장타 순위도 27위로 상위권이다. 평균 퍼팅수도 35위에 랭크될 만큼 우수하다. 다만 그린 적중률이 66.67%로 100위권 밖이어서 앞으로 아이언 정확도만 높인다면 세계 랭킹(현재 59위) 상위권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리미 노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나이다. 2001년 7월 출생으로 이날 현재 만 19살이다. 어린 나이만큼 발전 가능성도 높다. 많은 언론에서 유망주로 예리미 노 선수를 꼽는 이유다.

선수들이 쟁쟁한 만큼 올해 LPGA 신인왕 대결은 그 어느때 보다 흥미진진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스위스, 아일랜드, 핀란드 등 국적도 다양해 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신인왕 경쟁에 그치지 않고 LPGA를 주름잡고 있는 박인비, 고진영, 김세영, 리디아 고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떤 대결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벌써부터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


최정현 기자
choi@baynew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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