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 지역은 물론 미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샌프란시스코에 울려 퍼졌다.
27일 한인은 물론 중국계 등 아시안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주관한 ‘아시안 인권을 위한 평화 시위’에는 3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참석자들은‘인종차별을 멈춰라’, ‘아시안에 대한 증오를 중단하라’, ‘폭력을 중단하라’ 등이 적혀진 피켓을 들고 행사 내내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김진덕·정경식 재단 김한일 대표는 “인종차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혐오 범죄가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모든 차별을 즉각 멈춰라”라고 연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에는 런던 브리드 시장도 참석했다. 브리드 시장은 “우리는 여기 모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최근 아시아계 주민들을 향한 범죄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밑에서 자란 브리드 시장은 “많은 아시아계 노인들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아시아계 노인분들은 나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이들을 향한 공격은 곧 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더이상 이런 차별과 혐오의 범죄에 대해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리드 시장은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의식한 듯 “이번주 ‘거리 폭력 방지 프로그램’을 새로 시행할 계획이다. 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예방하고 총격사건 근절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증오범죄가 없는 거리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준비된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브리드 시장은 또 “우리 커뮤니티를 분열로 몰아넣는 획책에는 단결과 화합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하나로 뭉쳐 강력한 연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스캇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도 나섰다. 스캇 서장은“차별과 증오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 모두 사랑이라는 백신으로 차별과 증오의 바이러스를 이겨내자”고 말했다.
유니언 스퀘어 행사에 앞서 김진덕·정경식재단을 비롯한 북가주 한인단체들과 ‘위안부정의연대(CWJC, Comfort Women Justice Coalition)’가 주관하는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식 및 아시안 인권을 위한 평화 시위가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에서 열렸다.
추모식 연사로 나선 김진덕·정경식 재단 김한일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증오범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 팬더믹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무려 150%나 증가했다. 이런 차별과 혐오는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인종차별, 성차별 등 모든 차별과 혐오는 멈춰져야 한다. 애틀랜타 총격사건과 같은 아시안을 향한 증오범죄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순란 김진덕·정경식재단 이사장도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 8명에 대한 추모의 말을 전한 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차별의 시선과 증오의 범죄들”이라며 “인종, 피부색에 따라 차별을 받고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릴리안 싱, 쥴리 탱 CWJC 공동대표는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과 혐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증오범죄와 차별은 너무나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아시안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는 사라져야 할 것”고 밝혔다.
곽정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은 “정치인들에 의해 자행되는 차별과 혐오의 발언은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되며, 우리도 지켜만 봐서는 안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고, 박승남 실리콘밸리 한인회장은 “애틀랜타 총격사건과 같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정치인들도 참석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데이비드 추 주 하원의원은 행사장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를 가르키며 “2차대전 당시 자행됐던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난주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인권이 무시된 비극의 주인공”이라며 “미국 사회에 내재된 인종차별은 우리 뿐만이 아닌 모두가 나서야만 해결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연설했다.
스캇 위너 주 상원의원도 “아시안 미국인들에 대한 차별은 더이상 연대를 외치는 목소리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주정부와 로컬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하고 계획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나 멜가, 고든 마 샌프란시스코 시의원과 함께 주디스 머킨슨 CWJC 회장도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증오범죄가 멈춰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마누엘 장로교회 이수복 목사의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 기도도 있었다.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에서 열린 추모식 및 평화 시위를 마친 500여 참가자들은 가두 행진도 나섰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포츠머스 공원을 거쳐 유니언 스퀘어까지 20여분간 행진했다. 행진 중간에는 시내 곳곳에서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합류해 함께 유니언 스퀘어로 향했다. 유니언 스퀘어에 도착했을 때는 참가자들이 3000여 명을 넘어섰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진덕·정경식재단 김한일 대표, 김순란 이사장, 이정순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이석찬 전 미주총연 서남부연합회장, 곽정연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박승남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이진희 오클랜드–이스트베이 한인회 부회장, 정순자 산타클라라 한미노인회장, 이경이 전 KOWIN 미서부담당관, 박미정 전 KOWIN-SF 지회장, 남중대 미서부 재향군인회장, 백선화 산라몬 한국어사랑모임 회장, 박연숙 전 실리콘밸리 한인회장, 한경림 전 산타클라라 한미노인회장, 홍현구 재미대한체육회 감사 등 한인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아시안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