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흔드는 명태균의 ‘거침없는 폭로’…김여사 공천개입·각종선거 역할론 주장

“두번 만났을 뿐" 대통령실 해명에 이준석·김종인은 "아닐 수도" 다른 주장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자료사진.
‘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의 입이 연일 여권을 흔들어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오세훈, 김종인,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등 유력 정치인들을 거명한 명 씨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역할이 이들의 입지에 작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명 씨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운영했으며, 여기서 실시한 여론조사와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토대로 입지를 다져 현 정부에서 ‘입각 제의’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거침없이 내놨다.

거론된 이들은 명 씨의 주장이 허세와 거짓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과장되게 부풀리려는 전형적인 브로커의 발언일 뿐 신빙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일부 당사자들 간 해명이 서로 다른 부분도 나타나면서 사실관계를 두고 관련자들 간 진실게임 양상도 보인다.

◇ 명 씨 “윤 부부와 친분”…대통령실 “과장된 주장”

여권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은 명 씨가 의혹의 중심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뒤로 서초동의 윤 대통령 자택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정 관련 조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의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직전 당시 이준석 당 대표와의 ‘치맥회동’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게 명 씨의 주장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 김 여사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았고, 입각 제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택에서 명씨와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며 “과장되고 일방적 주장”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선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명 씨와 거리를 두라’는 국민의힘 정치인의 조언을 듣고 소통을 끊었다는 입장이다. 조언한 정치인은 친윤계 윤한홍 의원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명 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명 씨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했다는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이고, 후보 경선 기간 명 씨에게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 건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명 씨와 ‘자택에서, 정치인의 소개로, 두 차례’ 만났다는 대통령실의 해명과는 다른 발언도 나온다.

명 씨를 처음 소개해줬다는 ‘고위 당직자’로 표현된 이준석 의원은 이미 윤 대통령과 명 씨가 아는 사이였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명 씨와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얽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명 씨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021년 6월28일 김 여사가 명 씨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고, 그해 7월 4일 윤 대통령과 첫 대면 식사 자리가 성사됐으며, 그 자리에 김 여사와 명 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명 씨를 만났다는 두 차례 이외에 추가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 김영선 보선·총선 공천에 여사 개입 의혹…여당, 선긋기

명 씨의 폭로로 제기된 여권 내 또 다른 이슈는 김 여사의 이른바 공천 개입 의혹이다.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보궐선거와 2024년 4월 총선 공천 과정에 명 씨의 요청을 받고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언론에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2020년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를 해서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김 전 의원 공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4·10 총선에서 김 전 의원 공천 관련 명 씨와 김 여사가 소통했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명 씨는 언론을 통해 지난 2월 김 여사와 자신이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해당 메시지에서 명 씨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이 경남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제안하고, 단수공천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지’라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김 전 의원이 결국 컷오프(공천 탈락)됐다는 점에 공천 개입 의혹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한 상태다. 대통령실도 김 여사가 공천 관련 청탁을 거절한 것이라는 입장을 언론에 전했다.

◇ ‘오세훈·이준석 선거’ 지원 주장에 당사자들은 반박

정치 브로커인 명 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명 씨는 13일(한국시간)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떠올리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의 당내 경선 및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당시 경선은 후보들 간 합의와 당 공식 기구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부정한 방법이 개입될 소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 씨에 대해서도 보궐선거에서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들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했다.

명 씨는 2021년 이준석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도 자신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후보 중 열세였던 이 의원이 지지도 1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해 판세를 뒤집었다는 취지인데, 이 의원은 당시 다른 여론조사 수치 등을 들어 이를 반박한 바 있다.

오 시장, 이 의원과 각각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나경원 의원은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명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부르며 김 전 위원장 지시로 오 시장 보궐선거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명 씨와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명 씨가 ‘과시욕’으로 자신과의 친분을 부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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