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최종심사 돌입…7월께 판가름

집행위 "합병시 유럽-한국 노선 경쟁 감소 영향 우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자료사진.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최종 심사에 돌입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관련 심층조사(in-depth investigation)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월 13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토대로 1단계(예비) 심사를 벌였지만 추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단계인 2단계 심사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EU 집행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시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한국의 1, 2위 규모 항공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양사 합병 시 한국과 EEA 사이 4개 노선에 대한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 약화 등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지적받은 4개 노선이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인천~파리 60%, 프랑크푸르트 68%, 로마 75%, 바르셀로나 100%다.

집행위에 따르면 1단계 심사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측은 별도의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효율적 심사 진행을 위해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단계 심사에서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경우 심사 기간이 10일 연장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2단계 심사 과정에서 EU와 협의를 거친 뒤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2단계 심사에서는 EU와 시정조치안에 대해 충분한 협의와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합병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2021년부터 2년 동안 EU와 협의를 이어왔지만, 현재까지 시정조치안를 제출하지 못한 것을 두고 심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경쟁 제한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점유율이 높은 노선에서 기존 항공사의 운항 확대와 신규 항공사의 취항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주요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도 다른 항공사에 넘겨줄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프랑스·독일 국적항공사 등과 운항 확대·취항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위는 영업일 기준 90일간 조사를 벌인 뒤 오는 7월 5일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2단계 심사는 최대 125일간 심사가 가능하다.

앞서 2020년 11년부터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현재 EU를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등 4개국의 승인만 남았다. 만약 2단계 심사에서도 EU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EU 심사와 과정이 비슷한 영국에서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EU도 시정조치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사례를 보면 2단계 심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심사에 성실히 임해 조속히 심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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