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DJ묘역 참배후 미국행…”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

민주당 위기에 '조기 재등판' 가능할까
1년간 미국 정부·의회 인맥 다질듯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원창묵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의 거리 유세가 펼쳐진 강원 원주시 무실동 시청사거리에서 원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7일(한국시간) 미국행을 앞둔 가운데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선거 패배 후 민주당의 상황이 격랑에 빠진 탓에 그의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1년가량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 적을 둔 채 남북관계와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한편, 미국 정부와 의회 인맥 등을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데 이어 총선 출마와 대선후보 경선, 지방선거 지원까지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어느 정도 정치 휴지기를 둔다는 의미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 전 대표가 차분하게 5년 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건재한 데다 풍부한 국정 경험 등을 보면 그만한 경력을 갖춘 대권주자도 없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 전 대표가 현재 계획대로 1년간 온전히 미국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며 조기 귀국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더불어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꾼 뒤 최대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측근들은 대체로 이 같은 분석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5일 통화에서 “당이 절박해 이 전 대표도 ‘미래에 뭘 하겠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1년간 다른 계획은 염두에 두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총선까지 굵직한 선거가 없다는 점도 이 전 대표의 조기 복귀 가능성을 작게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된 데 이어 지방 권력까지 내준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당 운영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 이 상임고문은 대선에 패한 지 채 석 달도 안 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동시에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가 거센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이 전 대표가 이 상임고문보다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다음 정치적 행보를 구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낙연계 의원들이 최근 계파 정치로 오해될 수 있는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조기에 복귀해 당의 혼란상을 수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서도 당내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이어진다면 비 이재명계를 묶을 구심점 역할을 이 전 대표가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낙연계의 한 의원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조기 재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 전 대표의 조기 재등판론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커다란 위기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라며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도 자신의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미국 출국 이틀 전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님 내외분 묘소에 참배하고 출국 보고를 드렸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통령님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깊은 사색의 말씀을 생각했다. 그 가운데서도 김 대통령님의 마지막 말씀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되새기고 싶어졌다”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서 5월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묘소에 참배했고, 그 이틀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님 사저를 찾아 출국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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